▲'부산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 김진주(필명)씨의 옷에 부착된 엑스(X) 모양 뱃지 '돈에스크(Donask)'.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해 진주씨가 직접 고안한 브랜드다.
김진주
"누군가는 과실이라고 실수라고 말하지만, 범죄피해자에게 수사기관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이 소송이 피해자 권리 강화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왕 가해자에게 죽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싸우겠다. 아직 안 죽었으니까."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필명)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며 밝힌 입장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수사기관은 저란 존재가 없는 듯 굴러갔다"면서 "성폭력 재판이 아니었기에 비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없었다. (수사기관의) 수많은 과실이 나를 더 고통스럽게 했고 국가가 가해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2022년 5월 22일 오전 5시께 부산진구 서면에서 30대 이아무개씨는 일면식도 없던 김씨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10여 분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무차별 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김씨는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를 겪었고 16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내출혈과 발목 아래가 마비되는 영구장해 피해를 입었다.
1심에서 검찰은 이씨에게 '살인미수죄'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12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이씨가 성폭력을 벌이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뒤늦게 당시 피해자 김씨가 입었던 청바지 안쪽 DNA 감정이 이루어졌고, 확인 결과 여러 곳에서 이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검찰은 혐의를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했고, 지난해 6월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지난 9월 21일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