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이유와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대한민국 의료개혁을 위해 불편한 진실을 지난 30년간 얘기한 결과, 의사들로부터 린치·인신공격을 당했다. (하지만) 공격이 두렵다고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수의 소신 발언은 이 사회가 부여한 책무 아닌가."
22대 총선에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출사표를 던진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공개적으로 찬성했다가 겪은 일을 설명한 뒤 "어떻게 보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저보고 정치하라고 등을 떠민 꼴"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교수는 의대 교수 중에서도 대표적인 의대증원 찬성론자다. 김 교수는 지난달 26일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의사 생애소득은 140억원으로 (의료계는) 지난 20여 년간 (의사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정부 의료정책을 좌우해 왔다"고 비판했다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의협은 지난해 11월 김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 대상에 올렸고,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김 교수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체에 불참하겠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의료계의 전방위적 반발에도 김 교수는 오히려 "국회에 진출해 더 적극적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 측이 추천한 4인 중 한 명으로 지난 17일 범야권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12번) 후보로 확정됐다.
김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좋은 정책을 제안해도 (의료계 반발로) 현실화시키지 못해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정부는 똑같은 위원회를 열어 논의만 반복했다"며 "더군다나 최근 의대증원을 계기로 (의료계에서) 미움을 더 많이 받게 돼 전처럼 조언하기 어려워져 정책을 직접 다루는 국회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국회의원의 역할은 대학 교수와 다르다"면서 "의협과는 지금까지 사이가 좋지 못했지만, 국회의원이 된다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의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의대증원은 의료개혁의 시작, 사회적 협의체 구성하자"
▲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시작, 사회적 협의체 구성하자” ⓒ 유성호
- 정부가 27년 만에 의대정원을 늘렸다. 2025학년도에 2000명을 증원하면서 서울 소재 의대에는 정원을 1명도 늘리지 않았다. 반면 비수도권 27개 의대에는 1639명, 경기·인천지역 5개 의대에는 361명을 배분했다.
"긍정적으로 본다. 서울에는 의사가 많고, 서울이 아닌 지역은 의사가 적다. 격차를 메우려면 기본적으로 지역 의사 수를 많이 늘려야 한다. 특히 경기지역 내 이천·여주는 입원환자 사망률이 높은 편이고, 평택·안성·구리·양주·의정부·포천은 경기도에서도 의료 취약지다. 이런 것까지 세부적으로 고려해 의대증원이 의료개혁에 영향을 미치도록 정부가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의대 교수들은 의대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대 규모가 작다고 대학병원이 작은 게 아니다. 울산대·성균관대는 의대 정원이 (당초에) 50명밖에 안 됐지만, 대학병원은 크다. 울산대는 서울아산·강릉아산병원이 있고, 성균관대는 삼성서울·삼성창원병원이 있다. 병원 규모를 고려하면 비수도권 의대라고 해서 임상의학 교수 숫자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기초의학 교수는 부족한데 이는 의대증원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대학병원들이 학생만 가르칠 뿐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초의학 교수들을 적게 뽑아왔기 때문이다. 기초의학 교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대증원 반대논리로 주장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기초의학 교수를 더 선발해 교육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초의학은 해부학·생리학·면역학·예방의학 등 의학의 기본 학문으로 주로 본과 1~2학년 때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4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34개 의대(자료 미제출 의대 6개교 제외) 기초의학 교수의 수는 1131명으로 임상의학 교수 수(8876명)의 12%에 불과했다.
-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의대증원을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사가 부족하니 의대정원을 증원하자는 논의는 계속 있었다. 물론 이번 정부가 의대증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도 없지 않다. 2000명은 절대 못 바꾼다고 한 게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증원은 이미 이뤄진 일이다. 대학에 정원이 배분됐다. 돌이킬 수 없다. 사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료체계를 개혁하는 일이다. 의료체계 개혁 로드맵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협의체에서 2026학년도 의대정원을 포함해 로드맵을 협의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협의체에는 정부는 물론 여야, 의료계,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해 향후 10년간의 의료개혁 로드맵을 논의하고 결정된 것을 초당적으로 지지하도록 합의했으면 좋겠다. 협의체에서 예산도 필요하면 지원하고 정부가 정책을 소홀히 하면 그 약속을 지키도록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PA도 의사파업도 초당적 논의해야... 국회서 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