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노예장애인 사건 가해자 엄중처벌 촉구 및 법적 대책마련을 위한 기자회견, 2014년 2월 25일, 경찰청 정문 앞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지적장애인 노예노동'은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게는 공포와도 같았다. '노예'로 납치돼 새벽 3시부터 18시간을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통틀어 받은 돈은 70만 원, 경제적 이득 앞에선 법과 윤리 따위는 안중에 없다. 지적장애인을 가두고 착취하고 학대하며 인간에게 꼭 필요한 소금을 얻는 것이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적장애인 염전 노예'는 수식어는 바뀌지 않은 채 공간만 옮겨왔다. 이번에는 '사찰 노예'다.
32년간 사찰에서 주지 승려로부터 노동착취와 폭행, 폭언을 당한 지적장애인이 가까스로 탈출해 수년 법정 싸움을 벌였다. 1심(2022년 6월)과 2심(2023년 2월)에서 모두 승소했으나 지난 1월 대법원이 결과를 뒤집었다.
이 사건을 마주하며 처음 든 감정은 당혹감과 분노였다. 개요는 더욱 놀라웠다. 소위 말하는 염전 노예 사건과 착취 양상이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하루 18시간 무임금 중노동을 매일같이 하며 살았다고 한다. 자는 시간 외엔 계속 노동을 해야 했다. 피고는 2008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지적장애인 피해자에게 예불, 마당 쓸기, 잔디 깎기부터 농사, 제설작업, 경내 공사 등 노동을 시키고 급여 총 1억2929만5200원을 미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는 피고인 주지 승려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듣고 폭행당해야 했다. 머리도 맞고 엉덩이도 걷어차이고 멱살잡이를 당하며 질질 끌려 나가기도 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느리다는 것,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었다. 일을 잘 못 한다고 맞고 걷어차이고 멱살잡이 당하는 폭력, 이게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 학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인가?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와 함께 거주했던 비장애인 스님에게도 별도의 급여를 지급한 적이 없다"면서 무죄라 판결하고, 피해자가 겪은 폭력 역시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폭력"이라고 단정지었다.
한편, 피고는 2016년 4월 피해자 명의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소재 아파트를 구입하고 2018년 1월 피해자 명의의 계좌에 대한 출금전표 2매를 작성해 은행 직원에 제출한 혐의도 있었으나 법원은 이를 묵살했다.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도 구입하고, 통장 개설도 하며 금융 행위를 한 행위들이 그저 피해자에게 부동산 가액도 보유됐던 셈이니 없어질 수 있는 불법행위인가? 대법원이 이같은 불법행위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지적장애인은 그런 대우를 당해도 되는 존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