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유채밭내수면을 따라 넓게 펼쳐져 있다.
문운주
우도올레에 이어 제주올레 2코스 걷기는 광치기 해변에서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일출봉에서부터다.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성산 일출봉에 올랐다. 잠시 코스를 벗어나 인근 명소를 찾는 것은 걷기 여행의 덤이다. 일출이야 어디서나 볼 수 있다지만.
산행에서 정상을 찍어야 정복한 기분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숙소를 성산에 정했다. 3월 8일 새벽 6시, 주변이 어두컴컴한 데다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는 칼바람이다.
일출 예정 시각인 오전 6시 32분, 일출봉에는 약 100여 명이 해가 올라오기를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구름에 가렸다. 전국 각지에서 일출을 보고 싶어 일출봉에 올랐다가 허탈한 듯, 슬그머니 발길을 돌린다. 어떤 이들은 다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
광치기 해변에서 일주도로를 건너면, 일출봉에서 내려다볼 때 호수처럼 보이는 곳이 내수면이다. 올레 트레킹의 재미는 다양하다. 오름에서는 주변 풍광을 조망하고, 내려와서는 그 오름을 올려다보며 걷는다. 마지막 오름에서는 궤적을 더듬어 본다.
길게 늘어선 유채꽃밭을 지나 내수면 둑방길을 건너 오조리로 향한다. 바다와 바다 사이를 이어지는 길이다. 바다 위에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다. 제주도 노란 유채꽃은 봄의 상징이다. 이곳은 넓고, 길고, 배경이 좋다. 성산일출봉이 배경이다.
오조리 바닷길은 썰물 때는 드넓은 모래밭을 볼 수 있고, 물이 꽉 차 잔잔할 때는 성산 일출봉이 비추는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오늘은 둘 다 아니다. 그토록 나를 흥분케 했던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유채꽃 너머로 햇살과 함께 살짝 얼굴을 내미는 일출봉도 아름답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