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민주화의 구체적 추진방향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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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민주화의 구체적 추진방향을 생각해 보자.
첫째, 금융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여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시장 이해관계자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과거 정부 주도 산업화 시기에는 정부가 자원 배분, 금융권의 인사권 관여 등으로 관치금융의 폐해가 걱정되었다면, 지금은 국내 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민주화가 진행되어 그러한 우려는 크지 않다. 그렇지만 당국은 감독 재량권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용되거나, 시장참여자 사이에 불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항상 투명하고 원칙 있는 행정을 해야 한다. 감독행위는 언론, 학계,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히 감시되어야 한다.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금융업이 대형화되고 이익규모가 커져 다른 경제주체들보다 힘의 우위를 갖게 되어 금융 프로세스가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발전된 사회일수록 이익집단을 견제하는 구조가 잘 갖춰져 있다. 금융시장의 거래질서에 대한 당국의 공정한 심판 역할과 더불어 시민사회세력의 견제 시스템 또한 살아 있어야 한다.
둘째, 금융거래에 관한 '게임의 규칙'이 올바르게 만들어지고, 환경변화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금융거래 규칙이 회사와 소비자 간 힘의 비대칭성을 극복하도록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규제가 정부의 단기 정책성과를 위해 왜곡되지 않아야 하고, 시대환경에 맞게 면밀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당국이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고, 당국의 감독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셋째, 금융업이 스스로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실물 경제를 지원하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용해 금융을 이익추구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내부통제는 부실하게 운영해 여러 금융사고를 일으켰다. 전체 시장이 신뢰를 잃어 공멸할 위기에 처해도 눈 앞의 자기이익에만 집중했다. 규제는 회피하고 리스크는 외부에 전가하는 것이 '혁신'인 것으로 오해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혁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제도 개선의 기반은 마련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금융회사 임직원의 절실한 개혁 의지, 성과보상 체계의 혁신 등 실행조치, 당국의 지속적이고 엄정한 감독이다.
넷째, 국민 누구나 만족스러운 금융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금융민주화'를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이지만 열악한 위치에 있는 소비자에 대한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한 사회의 수준은 소수자나 약자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취약계층도 금융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금융민주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금융제도를 기획하는 단계, 금융회사의 경영활동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도 거래의 당사자로서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합리적인 거래 습관과 금융역량 함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금융민주화 논의에 덧붙여 우리나라만의 특수하고도 어려운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잉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금리 인상 시기에는 부동산 문제가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빚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을 나타내듯, 미래 경제 불안요인 중 가장 큰 것이 가계부채이고 그 중심에는 부동산 관련 대출이 있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 수단이 되는 부동산 관련 금융대책이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 과거 정부는 부동산 관련 금융을 경기 대응을 위한 부동산 정책에 이용하고, 금융회사는 부동산 대출을 통한 과도한 부채유발로 수익을 창출한 면이 있었다.
과도하게 부동산에 유입되었던 돈은 실물 경제 부분으로 흘러가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경제효율은 떨어지고, 불로소득이 판을 쳐 경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모든 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사람들 심리에 민감한 부동산 정책은 더욱 그렇다.
돈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고, 모두가 자기만의 안위를 위해 사는 현대 사회에서 금융의 공정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인류역사에서 불가능해 보이던 노예, 성평등의 문제도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았던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일 것이다.
기후위기는 여러나라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류가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2023년 초 점점 커지던 오존층이 다시 메워지고 있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프레온 가스 등의 사용을 규제하는'몬트리올 의정서'가 1989년 발효한 지 33년 만에 오존층의 회복세가 나타난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진정성 있게 함께 노력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공감은 지능이다(The War for Kindness)의 저자 자밀 자키(Jamil Zaki)는 "우리에게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선택이 있고, 그 '선택의 총합'이 미래를 창조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자, 금융업자 모두 책임의식과 절제심을 갖고 금융의 공정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겠다는 선택, 이를 꼭 이루겠다는 '의지'의 선택, 모두의 '연대와 끊임없는 노력'을 하겠다는 선택이 모여지면 금융민주화는 이루어질 것이다.
민주주의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금융민주화도 우리 모두가 깨어있어야 하고, 오랜 노력을 바쳐야 가능하다. 금융이 공정해야 성숙한 시장경제가 이루어지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 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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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서 30 여년을 근무하고 부원장보를 마지막으로 퇴직했습니다. 건전하고 공정한 금융질서 확립과 금융소비자보호라는 조직의 존재이유와 내 본성, 가치추구와의 어울림이 커 업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올바른 금융시장을 위한 고민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 글이 금융업의 공정성제고를 위한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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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금융의 주인이 될 때, 금융의 공정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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