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탈당했던 부산 중구-영도구 황보승희 국회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통일당 당사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서 전광훈 목사, 장경동 대표 등과 함께 손을 들며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이정민
전광훈 목사가 만든 '기독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2016년 '기독자유당'이 2020년 '기독자유통일당'을 거쳐 '국민혁명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가 2022년 '자유통일당'이 되었다. 전광훈 목사에서 장경동 목사로 대표가 바뀌었지만, 간판만 바뀌었을 뿐 그 당이 그 당이다.
그럼에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리얼미터 등의 지지율 조사 발표(2월 22일)에서 3.4%라는 지지율이 나오자, 드디어 국회 입성이라는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며 "하늘이 내려준 찬스"니 "하나님이 돕는다"라느니 기대감이 크단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3% 이상 득표하면 1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때마다 부끄러움은 내 몫이 되어버리는 일이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통일당은 이번 총선에서 '반동성애, 반공, 친윤석열정부'를 앞세웠으며, 후보 등록을 하는 이들이 5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단다.
참으로 끔찍하다. 그들이 내세운 정책도 그렇지만, 후보 등록일 7일까지 이미 43명이 했다니 최소한 그만큼은 완전히 자유통일당 노선에 찬동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정당의 태생과 대표 등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독교'와 연관성이 있고, 그들의 주장이 완전히 비성서적이므로 목사이기 이전에 기독교인으로서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혐오, 신봉, 시녀
그들은 몇몇 성경 구절을 억지로 짜맞추어 엄연히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양산해 낸다. 그들 스스로 재판관이 되어 죄인이라 규정하고, 자신들은 의롭다고 착각한다. 기독교의 기본 교리대로 자신들이 죄인 중의 괴수임을 인식하고, 예수님이 그 죄를 사하시기 위해 십자가 고난을 당하신 것을 믿는다면 절대로 그런 행위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성소수자로 태어난 것이 죄도 아니거니와 인간은 그 누구도 심판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편에 서야 자신들의 신앙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기성 교단까지 파고들어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했다고 출교시키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반공이데올로기는 또 어떠한가? 분단 이후 반공이데올로기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난을 당했는가? 위정자들은 권력 유지를 위해 '반공'을 국시로 삼아 반대자들을 숙청하고, 심지어는 '빨갱이 딱지'만 붙이면 매장시킬 수 있는 현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낡은 이념에 붙들려 있는 것이다.
성서에는 형제의 나라가 멸망당할 때 좋아하는 경우 어김없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는커녕,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아주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자유통일당의 원조가 되는 이들은 성조기뿐 아니라 이스라엘기까지 동원하여 종북좌파 척결을 운운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슬람에 대한 혐오(타종교에 대한 배척)는 기본이고, 반공을 넘어 친미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다.
더욱 경악스러운 일은 '친윤석열정부'를 앞세운다는 것이다. 이미 조찬기도회 등 권력의 하수인이 되기로 작정한 이들이기에 별로 새로울 것은 없고 종교의 외피를 벗어버린 정당이름이기는 하지만, 극우보수 기독교인들과 단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친윤석열정부' 표방은 아예 노골적으로 권력의 시녀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종교는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할 때 타락할 수밖에 없다. 종교의 건강성은 언제나 권력을 견제하며 사회적인 약자들의 편에 설 때 주어지는 것이다.
하나님은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하셨지만, 맘몬의 노예가 된 이들에게는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은 축복이라 여겨지는 듯하다. 권력의 시녀가 되어 떡고물이라도 주워 먹으려는 천박한 인식의 발로 아니면 무엇인가.
만일, 그들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헤롯과 그의 아내 이세벨의 비리를 고발하다 옥에 갇히고 죽임을 당한 세례 요한처럼 처신하지는 못할지라도 '친윤석열정부'라는 낯간지러운 슬로건은 내걸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에게서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