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창당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권우성
역사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으로서, 지금 새로운 한 정당의 출범이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또 그 파급효과는 얼마나 클지, 이 시점에서 쉽게 예단하기 힘들지만, 이 일을 처음 시작한 당사자로서 그동안 느끼고 경험한 소회를 나누고자 부족하지만 펜을 들었습니다.
'조국혁신당 창당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자'는 도발적인 정치적 제언에 많은 교수들은 자신의 바쁜 업무 탓인지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일부 보수적인 교수님들은 "교수가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나 열심히 할 일이지, 웬 정치 선동이냐"라고 비난하기도 하셨습니다.
반면에 또 다른 교수님들께서는 지금 한국의 서민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고, 국민 일상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장을 시시각각 목도하며, '변화의 시작은 바로 정치 개혁'에서 시작되고, 그 해결의 실마리도 바로 '정치 바로 세우기'임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결국 '우리 정치가 바로 서야, 그때 비로소 모든 분야에서 국민의 삶도 행복도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진단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은 1980년대에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그 당시 전두환 독재정권 하에서 수많은 대학생들의 시위와 희생을 지켜보며 깊이 공감하였으나, 부모님 눈치가 보여 차마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어 침묵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당시 운동권 친구들에게 참으로 미안했노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분은 이번 조국혁신당 지지에 기꺼이 참여하게 된 것은 그 부채 의식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일환이라고 고해성사하듯 말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이분의 말을 들으며 '아, 이분이 바로 지금 내 얘길 하는구나!' 하고 새삼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조국혁신당 창당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들이든 맹렬히 비난하는 분들이든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 대화나 설득의 여지가 있어 보였습니다. 자신의 분명한 정치적 취향과 입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다수의 침묵입니다. 자신의 분명한 주장을 내어놓질 않으니 이들의 속내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신당을 반대하고 거대 양당 체제가 지속되길 바란다는 것인지, 아니면 신당에 찬성하고 다당제를 원한다는 것인지 종잡기 힘들었습니다. 소위 정치적 무당파인 셈인데요. 본질은 변화에 대한 암묵적 거부, 즉 자신의 기득권 보호라고 해야 맞겠지요.
다만 일부 교수들의 격한 반응을 몸소 겪은 저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미국에서 교수로서 살아가기에도 너무 벅차고 바쁜데, 내가 지금 조국의 상황에 대해 무슨 정치적인 발언을 할 여력이 있다는 말인가'라는 반응인데요. 이는 달리 표현하자면 정치적 허무주의나 냉소주의와도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보입니다.
우리는 정치적 동물
태평양을 건너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조국의 정치 현실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실 우리 삶과 정치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가령 한류가 세계를 주름잡고 BTS 공연에 세계의 젊은이들이 환호할 때, 우리 스스로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듯이, 내 조국의 현실이 암울하고 참담하여 그곳에 살고 있는 내 부모, 형제, 친지, 친구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피폐해지고 고통받고 있을 때, 먼 곳에 있는 나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정치적 동물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