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3일 서울에서 체제전환운동포럼이 열렸다.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그리고 이후
형섭 : "포럼에서는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그 고민을 통해 사회운동 공동의 주체임을 서로 확인하고 연결되는 감각을 일깨웠다면, 정치대회에서는 이제 방향과 전략을 할 수 있는 한 구체적으로 모아내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찬 : "앞으로의 상이 좀 모호해요. 왜 모호할까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아직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체제전환의 상을 그려나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지금 수준에서 해야 할 것은 결국 더 잘 뭉치고 고민을 더 잘 나누고 조직화를 좀 더 열심히 하며 자기 현장을 더 발굴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란 : "저는 '앞으로의 상이 모호하다'라거나 '포럼이 뚜렷한 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거나 '그러니까 정치대회도 그럴 것이다'라고 하는 것은, 그냥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간 만들어왔던 것과는 다른 운동으로 전환하려면 지금까지 우리 운동이 어떻게 걸어왔는지가 서로의 눈에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서로의 운동이 어떻게 걸어왔는지, 체제의 어떤 부분에 파열구를 내는 방식으로 운동을 벌여왔는지, 혹은 그렇지 못했는지, 어느 지점에서 왜 실패했고 어느 지점에서 서로를 연결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거든요. 저는 우리가 모호함을 느끼고 이 모호함을 걷어내기 위해 자꾸만 만나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건희 : "체제가 전환된 이후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지, 하루 중 얼마나 일터에서 머무르게 될지, 돌봄 노동은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고 있을지를 함께 상상해 보고 싶어요. 사실상 자본가들과 우리가 동등하게 공유하고 있는 단 한 가지의 절댓값이 있다면 시간이잖아요. 열린 조직을 선언한 한노보연이 다양한 몸을 지닌 더 많은 회원과 더욱 다양한 현장들, 다양한 단체와 정당들과 만나가며 교차성의 언어로 더 많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열린 조직의 한 전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형섭 : "사실 일반적으로 '정치'하면 떠오르는 건 제도권 정치잖아요. 거대 양당의 정치, 누굴 총선 지역구에 넣네 마네하는 정치, 통합하느니 마느니 하는 정치요. 그런 식이 아니라, 더 많은 주체들을 포괄하고 포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체제전환도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정치적 주체로서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까지의 운동이 반성할 부분을 정치대회에서 짚는 것도 유의미할 것 같아요. 관성적으로 진행했던 노동운동이라든가 사회운동이 생각보다 신자유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측면이 있었으니까요. 소위 '노동자대회'를 가보면 특히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만의 대회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그런 자리가 우리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더 주목받기도 하고 어울리기도 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는 장소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건희 : "어느 토론회에서 인상 깊게 들은 말인데요.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지 않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외치고 있다는 지적이었어요. '만국의 노동자'가 아닌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라 위시하는 구호들이 누구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고 어떤 전망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과 타협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그렇고요."
영란 : "체제를 바꾸는 일에는 우리가 기존에 제기하던 담론이 얼마나 작은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담론을 지역의 활동가들이 자기 영역의 운동과 교차시키는 작업을 통해 우리의 일터와 삶터를 바꿀 가능성, 즉 체제전환 정치가 거기서부터 만들어진다고 믿어요. 그런 가능성을 지역에서 끊임없이 제기해 갈 동력의 시작이 정치대회였으면 좋겠고요. 어디서 '뿅' 하고 체제전환에 대한 멋진 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부터 정치의 주체로 서서 크든 작든 나의 활동들을 전개할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만 보여줄 수 있다면, 저는 체제전환 운동 정치대회는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기형 : "네, 그럼 우리 모두 3월 23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에서 만나기로 하고요, 못다한 말들은 그때 더 나누면 좋겠습니다. 일터 독자님들, 한노보연 회원님들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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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회] 어서 오세요, 모호한 체제 전환의 틈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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