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쓰는 딸카페에서 가사 쓰기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딸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가리고 가사를 씁니다.
이지완
악보도 잘 못 보는 내가 왜 딸과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딸이 흥미를 갖는 일이었다. 사춘기 딸이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다. 우리 딸에게 그 기적과 같은 무엇이 바로 '노래'였다. 중2 딸과 시작했지만 5학년 동생도 노래 만들기에 흥미를 보이며 동참했다.
우리는 가사부터 쓰기 시작했다. 가사 쓰기의 유익은 가사에 나의 이야기가 담긴다는 것이다. 작년 한 해 친구 관계로 어려움을 겪은 딸은 한 아이를 떠올리며 'I HATE YOU(난 네가 싫어)'로 주제를 정했다.
부정적 주제가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아무 얘기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로 쓰는 작업을 했다. 놀라운 점은 회를 거듭할수록 딸의 가사 내용이 바뀌어 갔다는 것이다. 미움과 분노의 감정을 쏟아내다 보니 대상이 친구에서 자신으로 돌아왔다.
"꼭 부정적이어야 할까
변할 걸까 원래 생각일까
내가 좀 이상해"
딸이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네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줘라"라며 정답 같은 조언을 했었다. 참으로 뻔했던 내 윤리적인 조언을 딸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 상처만 주고받았다.
노래를 함께 만들면서 딸의 가사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미움과 분노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방법과 속도는 아니지만, 딸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성찰하고 있었고, 제대로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딸아! 멈추지 말고 계속 노래해 줘!
늦어도 괜찮아.
너는 더 깊고 충만한 선율을 부를 수 있을 테니.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자신만의 라임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자. 그들은 분명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선율로 감동을 선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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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지금까지 계측 관련된 일을 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세계에 있지만 사회의 정의와 약자를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다음세대에게 건강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소망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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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도 잘 못 보는 내가 딸과 노래를 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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