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인양하라"
4.16합창단의 사람들의 요람 앞에서
4.16합창단
지난 2월 24일 아직은 어스름 아침인 6시경 부산 서면 로터리로는 나이가 지긋한 '사나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대기해 있던 안산행 전세 버스에 올랐다. 버스의 이마엔 '박종철합창단'이라 쓴 전광판이 번쩍였다.
이들을 태운 버스가 5시간을 넘어 달려 먼저 도착한 곳은 (사)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협의회의 거점이자 '4.16 합창단'의 요람인 연습실(대강당) 앞마당. 안산 4.16합창단의 사람들은 환한 얼굴로 부산 박종철 합창단의 사람들을 맞았다.
이날의 만남이 어떤 연유와 인연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부터 되돌아보자.
박종철합창단과 4.16합창단이 만난 이유
그 시원은 올해로 8년째를 맞는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아래 축전)의 탄생이다. 2017년 부산 박종철 합창단의 몇몇 단원이 고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에게 제안하여 서울서 첫발을 뗀 축전은 그후 부산, 광주, 인천, 울산 등지를 돌며 매년 개최되었고 세월호 참사 10년째를 맞은 올해는 그 장소가 안산으로 정해졌다.
두 번째로는 올해 축전 조직위원회가 전국의 12개 참가 합창단 중에서 지역적으로 가까운 두 합창단을 하나로 묶어 연합합창을 한 곡씩 하기로 결정한 것을 꼽아야 한다(이를테면 대구 평화합창단은 울산 더울림합창단과, 광주전남 1987합창단은 전주 녹두꽃시민합창단과 연합하는 식인데 연합합창 시도는 올해가 처음이다).
세 번째로, 경기 안산의 4.16합창단이 안산에서는 매우 먼 지역인 부산의 박종철합창단에게 함께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다.
박종철합창단의 사람들은 잠시나마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4.16합창단이 유독 그들을 파트너로 삼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고맙고 뜻깊은 제안이었지만 한편으로 스스로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4.16합창단의 사람들의 사랑을, 그 부름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4.16합창단의 사람들과 생각만 해도 눈물이 솟는 세월호 아이들 노래를 끝까지 제대로 불러낼 수 있을까?'
그러나 박종철합창단의 사람들이 4월 14일 (안산에서 열리는 축전의 날)이 오기 전에 한 번은 꼭두새벽에 일어나 안산으로, 4.16합창단 사람들에게 달려가 자정 가까운 시각에 부산으로 돌아오는 하루 풀코스 여로를 결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안산행의 첫 번째 목적은 연합합창곡 <너>(이남실 작사, 이범준 작곡)를 함께 사전 연습해 보는 것이었지만 그 이상의 목적 아닌 목적이 박종철합창단의 사람들에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