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어야 하는 제로섬 게임만이 답일까?
성찰과성장
우리가 공동선 개념을 쉬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것은 바로 근대 사회를 구성하는 자유주의적 관점 때문이다. 자유주의적 관점은 제로섬 게임, 즉 한쪽의 이익이 반드시 다른 쪽의 손실을 초래하는 구조가 기본이다. 제로섬 거래는 상호 작용과 타협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경쟁적이고 대립적인 거래 관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공익과 사익의 교집합으로서 존재하는 공동선은 다르다. 공동선의 발전이 개인의 이익이며, 개인의 이익이 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런 관점을 기반으로, 이익을 위한 '거래 행위'가 아니라, 서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호혜적 활동'이 필요하다.
공화주의는 오히려 공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비-지배'를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넓히려고 노력한다. 비-지배는 '타인의 자의에 종속되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된다. 조금 어려운 개념이지만, 비유하자면 구성원 간 평등하여 권력, 재력 등으로 서로가 '주인과 노예' 상태에 놓이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자. 여기서 오해하지 말 것은 어디까지나 '비지배 기반의 자유'이지, 개인의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주의적 자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지배 기반의 자유 개념은 이 시리즈의 1편을 추천한다. 링크 참고)
공동체 가치만을 우선하여 개인이 가지는 자유의 경계를 설정하는 데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이웃 국가 중국이다. 중국은 '위(권력층)'에서 설정하고 꽂아 내린 공동선(민족주의, 국가 발전 등)을 개인의 자유보다 우선 순위에 놓으면서 시민의 자유와 공동선의 경계를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Kwak, Matsuda 2015). 공동선이 위에서 내려진 지시로 간주될 경우, 진정한 공동선은 훼손된다. 공동선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가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적 덕성 - 공동선을 향한 사회적 기초
이제 시민적 덕성을 살펴보자. 공동선을 이야기하면서 시민의 덕성을 빼먹을 수 없다. 시민적 덕성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법을 잘 지키는 착한 시민의 차원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다. 시민적 덕성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시민적 덕성은 자발적인 '행동'을 수반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집회에 나가 의견을 표명하거나, 귀찮더라도 환경 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등 사익을 넘어 공동체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위하려는 성향(조일수, 2011)'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나와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경청하는 태도이다. 이는 타인에게 '설득 당하려는 의지(구은정 2021)'로 바꿔 말할 수도 있다. 갈등 없는 사회는 없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크고 작은, 아주 다양한 갈등 상황을 마주한다. 건강한 공동체는 갈등을 외면하고 묵살하지 않는다. 갈등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하고 구성원 간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간다. 시민적 덕성은 공동선을 위한 전제이다. 중국의 실패 사례처럼, 시민의 덕성이 함양되지 못 하고 강력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묻혀 버린다면 공동선을 찾아내기 어렵다.
시민적 덕성은 강력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에 묻히지 않고,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시민적 덕성 함양은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만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감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