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국립공원
이민선
한껏 고즈넉한 산과 하늘, 그리고 호수. 차창을 스치는 풍경에 마음에 설렜다. 차에서 내려 나무를 보니 그저 앙상한 줄로만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소나무 같은 상록수는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다. '봄이네' 중얼거리며 내리쬐는 햇살을 느껴보니 정말 봄 햇살이다.
2월의 전북 내장산 풍경이다. 지난 16~17일, 1박 2일 일정으로 내장산과 내장산이 속해 있는 정읍시를 둘러봤다. 단풍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라 겨울 산은 별로 일 것 같아 '갈까 말까' 망설이다 발을 들였는데, '오자마자'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단풍이 있는 11월의 내장산과 2월의 내장산 분위기, 사뭇 다르긴 했다. 15년 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즈음인 11월에 내장산에 들렀었다. 온 산이 울긋불긋 화려했고, 인산인해(人山人海)는 아니지만 사람들 발길이 제법 잦아 산 전체에 잔칫집 분위기가 흘렀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관광객이 절반은 줄었어요. 우린, 가을 한 철 한 달 벌어서 1년을 살아내야 합니다."
한 주민이 푸념하듯 내뱉은 말을 듣고 여행자의 눈으로만 산을 바라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지인 시공간이 현실이라면 여행자의 시공간은 꿈이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풍경이 아름다운 이유다. 주민들에게는 이곳이 치열한 삶의 현장이니 2월의 고즈넉함이 달가울 리 없다.
살펴보니 관광객만 줄어든 게 아니었다. 그 새 인구도 많이 줄어 지난 2005년 13만 명에 육박했던 정읍시 인구가 2023년(12월 기준)에는 10만3000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여타 지방과 마찬가지로 정읍시 역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인구 절벽을 막고 관광객 발길을 붙잡고 위해 정읍시가 내놓은 해법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 즐기는 워케이션(worcation)이다. 워케이션은 휴가지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하면서 관광과 휴양을 즐기는 '체류형 관광'을 의미한다. 지방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 위기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어, 제주도 강원도 등에서는 이미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읍은 '농촌체험형 워케이션'을 콘셉트(concept)로 잡았다. 전주대학교와 손을 맞잡고 진행한다. 일을 마친 노동자에게 농촌과 농업, 전통문화, 생태·산림관광, 농촌축제, 현지 주민과의 교류 등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읍시는 올해 1월 9일부터 2월 1일까지 내장산 인근에서 숙박업, 음식업 등에 종사하는 주민 34명을 대상으로 '농촌체험형 워케이션 성지 정읍만들기' 교육을 진행했다.
"정읍을 농촌체험형 워케이션 성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