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바다 카페에서
이혁진
여행을 마친 뒤 드디어 집 도착, 1박 2일 만에 만나는 아버지는 이틀 여행인데도 오랜만에 상봉하는 것처럼 기뻐했다. 나는 "어제 늦게 밤에 왔습니다. 덕분에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아버지는 "잘 다녀왔어? 연락하려다 일부러 안 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아버지 나름의 배려가 들어있다.
이어 아버지는 "매끼 식사를 잘 했다. 경로당에도 다녀오고, 우중에 장까지 봤다"며 당신자랑(?)을 늘어놨다. 이 또한 자식 걱정을 덜어주려는 얘기다.
우리는 누구나 늙으며, 어느 단계에서 노인이라는 인생을 거치게 된다. 그럼에도 노인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세태가 있는 걸 안다. 나는 그렇지 않다.
아들인 나는 아버지로부터 지금도 삶의 경륜과 지혜를 배우고 있다. 95세 아버지는 여전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수 여행은 아버지가 건강하고 스스로 돌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버지는 달력에 우리 여행을 '신혼여행'이라고 기록해 두었다. 아내와 나는 40주년 결혼기념을 아버지 표현대로 마치 신혼여행을 즐기듯, 여수 오동도에 만개한 동백꽃을 직관하고 해상케이블카를 신나게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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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0년 신혼여행' 간 아들, 95세 아버지가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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