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대설특보가 발효 중인 21일 강원 고성군 진부령에서 중장비가 바삐 움직이며 눈을 치우고 있다.
강원 고성군
2월 말, 겨울이 끝나면서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가 지났음에도 중부지방, 특히 영동과 강원도 산지로는 폭설, 그야말로 눈 폭탄이 쏟아졌다.
2월 21일(수)과 22일(목) 사이 강원도에 '공식'적으로도 70cm의 눈이 왔으니, 계곡 사이사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그야말로 '미터급' 자연재해를 경험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와 고립 등 피해가 발생했고, 산중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한 야생 동물들이 탈진해 민가로 내려오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에도 밤사이 10cm 이상의 매우 많은 눈이 쌓여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생겼고, 인천에도 가로수가 쓰러질 정도의 눈이 내렸다.
특히나 이번 눈은 '습설', 매우 습한 눈이다. 수증기가 많고 기온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경우 마치 떡과 같이 눅눅한 눈이 지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눈은 포슬포슬한 눈처럼 '뻥튀기'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상당량비(강수량 대비 적설 비율)가 매우 낮다.
따라서 적설 예측만 보았을 때는 적은 양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압축되고 눅눅하기 때문에 무게가 꽤 나가고 많은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 비닐하우스 붕괴가 습설에 의한 대표적 피해다.
21일(수)과 22일(목)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밤사이 왜 급격히 습설이 발달한 것일까? 습설이 폭발적으로 쏟아진 시점 이전에도 이미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강원도 영동 대설 패턴'의 눈이 오고 있었다. 이는 시베리아에서 확장한 고기압이 동쪽으로 진행하다가 개마고원에 부딪친 후 그 뒤쪽인 동해안으로 돌아 북동풍으로 변해 우리나라로 유입하다 태백산맥에 다시 부딪히며 상승해 만들어내는 패턴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21일 낮부터 불편한 손님이 찾아왔다. 우리나라 남서쪽에서 저기압이 다가온 것이다. 이 저기압은 태평양에 위치한 이동성 고기압과 대륙에 위치한 시베리아 고기압 사이의 '수렴대'에서 발생한 것이다.
저기압은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다가오며 그 전면에서 남동풍을 만들어냈다. '남쪽'에서 올라온 바람이기에 기온이 온화하고 많은 습기를 가지고 있어서, 이미 오고 있는 눈에 엄청난 '실탄'을 공급했고, 기온 하강도 막아 폭발적 습설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지점에 까다로운 임계점이 존재한다. 온화하고 습한 공기가 눈을 녹여버릴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그 임계점에서 조금만 차가운 쪽으로 치우치면 이러한 습설이 올 터이지만, 기온이 미세하게 높아져 눈이 녹아 비 쪽으로 치우치면 말 그대로 그저 비가 올 뿐이다. 1도 이내의 아주 조그마한 기온 차이로 완전히 다른 날씨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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