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옮기는 의료진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정민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오후 긴급 공지를 통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실제로 진행되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는 내용을 내부에 전달했다. 수술 업무에 필수인 마취통증의학과의 경우 평소 대비 약 50% 미만 수준으로만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은 현재 4년 차를 제외한 1~3년 차 모두 사직서를 쓰고 이날 오전 7시부터 근무를 중단했다.
신장 진료를 보러 온 김아무개(58, 여성)씨는 "며칠 전부터 뉴스를 보면서 계속 걱정했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하는 해결책이 있긴 할 텐데 서로 내놓질 않으니 답답하다. 국민을 상대로 왜 이러는 건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아무개(63, 남성)씨는 "2년 전 이 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아 경과를 지켜보며 약을 꾸준히 처방받고 있다"며 "제가 지금 수술을 받아야 했다면 굉장히 불안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내와 함께 방문한 환자 김종진(68)씨는 "췌장관이 늘어나 CT를 찍기 위해서 제주도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왔다"면서 "전공의 선생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소식을 들어 병원에 오는 내내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접수까지는 무난한 상황인데 오늘 CT를 찍을 수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며 "(제주도에 살기 때문에) 전공의 파업으로 며칠 뒤에 다시 와야 한다면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오늘 진료를 마치고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들의 장애로 6개월 전에 미리 진료를 예약하고 방문한 이나라(42)씨는 "전공의 파업 소식에 걱정이 돼서 병원에 미리 전화했는데, 오늘은 교수님이 보는 (외래) 진료라 전공의 파업과는 상관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라며 "혹시라도 향후에 의료계 전체가 파업한다면 당연히 걱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자 입장에서는 (파업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무엇을 위해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 자녀의 골절 진료를 보러 온 오경은(42)씨는 "파업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취재진에 "오늘 병원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