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변호사가습기 살균제 국가 손해배상 책임 최초 판결과 관련, 민변 소속의 남성욱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동화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아무개씨 등 5명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처음 발생한 후 최초다.
남성욱(남) : "법원 판결대로 애초에 국가가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유독물이 아니라고 잘못 공표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터졌을 때, 국가가 몰랐을까. 아니었다. 다 알고 있었다. 이미 국민신문고에도 신고가 올라왔고 환경부, 산자부, 식약처 모두 알았는데도 서로 책임만 떠넘기기 바빴다. 그런데도 지금껏 국가는 '가해자'가 아니었다. 공무원들에 대한 형사 수사가 있었지만 처벌 받은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법원에서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가해자라고 인정한 점은 의미가 크다."
이정일(이) : "이전까지 국가는 마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시혜를 베풀듯이, 방관자의 위치에서 도의적인 일을 하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해왔다. 자연스레 피해자 인정과 구제급여 지급 등 지원에 엄격했고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국가도 참사의 책임이 있는 가해자로 인정된 만큼, 이제부턴 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피해 회복에 나서야 한다. 피해자들이 모두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해 국가배상을 받을 순 없지 않나. 별도의 입법도 필요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당장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조정위원회 등 기존에 마련돼 있는 협의 틀을 활용해 정부가 적극행정을 펼 필요가 있다."
- 국가 책임은 인정됐지만 소송을 낸 피해자 5명 중 2명은 이미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급여조정금이 위자료 성격이라는 이유로 배상액을 받지 못했다.
남 : "그 부분은 아쉽다. 소송을 낸 5명은 두 가족인데, 이중 2명은 2010년생 A의 부모다. A는 태어난 지 1년도 안돼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사망했다. A의 부모 2명은 이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구제급여조정금을 받았지만, 우리는 그 성격이 자식을 잃은 부모가 아닌 사망한 영아 A 본인에 대한 위자료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머지 3명, 즉 2009년생 B와 그 부모에게는 각각 300만 원, 400만 원, 500만 원의 국가 배상액이 산정됐는데, 이 역시 실질적인 배상으로 보기엔 액수가 너무 적다. B는 현재 산소호흡기 없이 생활이 불가능하고, 중학생 나이인데 학교도 못 가고 있다. 몸은 크는데 폐가 크지 않아 증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부모 역시 B의 간병을 위해 모두 회사를 그만둔 상태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면 보다 실질적인 배상액이 나왔어야 한다."
이 : "오로지 법과 정의에 복무해야 할 사법부가 지나치게 정부 예산을 걱정한 게 아닌가 싶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정부에서 인정한 피해자만 5667명, 신청자만 7901명에 달한다. 미국 같은 경우 대형 인명피해를 야기한 기업에게는 회사가 망할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린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뭔가. 안전 사회를 위해 원칙을 꺾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후퇴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사법부가 고민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알아서 고려하게 되면 우리 사회가 안전 사회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
"판결 뒤집은 사참위 보고서... 이태원 참사 조사기구 필요성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