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대학교 헬스장의 전경교환학생 시절 매일 이용하던 학교 내 헬스장. 쾌적한 시설과 환경은 학생들에게 운동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이윤주
한 여성 가수 겸 배우가 신은 등산화가 불티나게 팔리고, 레깅스와 요가복이 붐을 일으키는 등 몇 년 전부터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 관련 용품들이 전에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KB국민카드는 최근 5년간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했는데 20대에선 헬스장과 요가, 필라테스 등 피트니스 부분 매출 비중이 2%p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할 수 있듯 이 중심엔 20대 여성들의 '운동'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 중장년층이 운동을 건강 유지 수단으로 삼는 것에 반해, 20대 중엔 성취감을 이루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2000년에 태어나 올해 24세가 된 나 또한 그렇다.
<오마이뉴스>로부터 '대한민국 24세의 현재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주제가 뭘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운동을 가장 먼저 떠올린 이유기도 하다. 사실 내가 젊은(?) 나이에 운동을 사랑하게 되고, 성취감을 이루는 도구로 여기게 된 건 하나의 경험 때문이다.
"예전에는 운동 목적이 다이어트였다면, 요즘은 강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어 멋있습니다. (중략) 사실 운동하는 사람은 다 멋진 것 같습니다. 시간을 내서 나를 사랑해준다는 것만으로 멋진 일이죠." - 글로벌 피트니스 F45 대표 김예진씨의 <스포츠Q>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이 인터뷰를 보고 나는 강하게 공감했다. 미국 교환학생 시절 학교 헬스장 시설이 좋다는 말에 무턱대고 학생증을 찍고 들어간 그날부터 약 1년 반이 지났다. 솔직히 처음 헬스를 시작할 땐 '더 날씬해졌으면' 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다이어트를 주 목표로 하는 대다수 20대들의 기대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다이어트에 대한 기대는 사그라들었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스물넷, 운동을 통해 힘을 기르고 싶었다
'힘'을 기르고 싶었다. 나보다 무게를 많이 들고 스쿼트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감탄이 나왔고 부러웠다. 나보다 자세가 좋은 친구가 있으면 배우고 싶었다. 이런 저런 기구들의 사용법을 배우고, 하체 운동엔 어떤 루틴이 좋은지 등 운동은 어떤 순서로 해야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을지, 또 효율적일지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 중에 나의 기대이자 목표였던 '날씬함'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남들이 취미로 게임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내게 헬스는, 웨이트리프팅은, 하나의 취미이자 일상이 되어버렸다.
2000년에 태어나 줄곧 한국 미의 기준을 따르기 위해 수많은 다이어트를 하던 내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완전히 새로운 세상과도 같았다. 앞서 말했듯 이전까지 운동을 했던 건 오로지 살을 빼기 위해서였다. 체중감량이 중심이고 운동을 단지 그걸 돕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젠 운동을 위한 운동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되니,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 헬스장에 가는 것일 정도로 아주 푹 빠졌다.
내가 다닌 곳은 대학교 캠퍼스 내 헬스장이다보니 또래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에게 역시 운동은 각자 다양한 삶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우울증을 극복하게 해준 취미'였고, 성인 ADHD가 있는 친구에게는 '집중력 기르는 수단'이며, 또 '그냥 재밌어서 하는 운동'이기도 했다.
새로운 '요즘 운동'의 다양한 내면을 보다보면 마치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 들어온 것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앞서 말한 다양한 목적을 가진 또래들로 가득찬 헬스장을 들어오면 새로운 커뮤니티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