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유해
고경태
-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의 비슷한 점은?
"전쟁에서의 학살을 논할 때 자꾸만 양민이냐 아니냐 하는 기준을 들이댄다는 점이 비슷한 것 같다. 그 전쟁들로부터 각각 70여 년(한국전쟁), 50여 년(베트남전쟁)이 됐는데도, 아직까지도 그 죽은 사람들이 양민이냐 아니냐 갖고 시시비비를 따지려고 한다. '양민'이라는 개념은 적절하지 않다. 2000년 베트남전쟁 보도할 때도 처음에는 '양민학살'이라는 말을 무심코 쓰다가 '민간인 학살'로 바꿨다. 민간인이 법적 개념이다.
'선량한 사람'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일까? 불량한 사람은 죽여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 중요한 건 적법한 절차를 밟았느냐 아니냐인데, 어떤 사람이 설사 죽을 죄를 진 범죄자라 하더라도 아무런 절차 없이 산에 끌고 가 총 쏴 죽이고 함부로 묻어서는 안 되는 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법이다.
전시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시에도 법이 존재한다. 그것이 불가피했든 안 했든 사후에라도 바로잡아야 하고, 그래서 현재 진화위라는 기구와 사법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경우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죽였다.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을 마을 한복판에 끌고 와 죽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민족이기에 더 잔악한 묻지마 학살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전쟁에서는 아는 사람들을 철저히 골라 죽인 셈이다. 어느 편이냐도 중요했지만, 사적 감정이나 이해관계도 많이 작용했다. 때로는 혐의자 한 사람 뿐 아니라 젖먹이를 포함해 딸린 가족들까지 다 죽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는 사람들을 골라 죽인 일이 베트남에서의 묻지마 학살보다 오히려 더 무섭고 소름끼치는 일 같기도 하다.
아무튼 베트남전쟁이든 한국전쟁이든 베트콩에 협조를 했느니 안 했느니, 인민군이 들어왔을 때 부역을 했느니 안 했느니, 그래서 죽일 만 했느니 안 했으니, 뭐 이런 걸로 유치한 시비를 거는 점에서는 판박이로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