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티켓65세이상은 우대로 경로 할인이 된다.
유영숙
우리는 신정을 쇠었기에 이번 설에는 설날 다음 날에 가족이 모이기로 했다. 큰아들이 지방에 있는 처가댁에 설 쇠러 가서 설날 저녁에 올라온다. 아마 한밤중이나 길이 막히면 우리 집에 새벽에 도착할 수 있다. 마침 2월 14일이 쌍둥이 손자 생일이라서 생일 축하도 미리 하려고 케이크도 사다 놓았다.
영화는 설 연휴에 맞추어 2월 7일에 개봉하였다. 주인공 세 분이 모두 80대다. 김영옥, 나문희, 박근형님 모두 좋아하는 배우다. TV에서 홍보하는 걸 보고 제목 '소풍'에 끌렸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에서 가져온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도 언급이 되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영화를 보고 나면 마지막까지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두 분은 실제로도 오랜 우정을 자랑하는 배우다. 주인공 은심(나문희 역)과 금순(김영옥 역)은 친구이면서 자식을 나누어 가진 사돈이다. 은심 아들과 금순 딸이 결혼하였다. 그 사이에 손녀가 한 명이 있다.
은심은 부잣집 딸이었지만, 부모의 죽음과 남편의 죽음으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야반도주하듯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억척같이 일해서 재산을 꽤 많이 모았지만, 아들이 사업하며 다 말아먹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되었고 자꾸 돌아가신 엄마가 보인다.
아들이 사업이 어려워지자 엄마인 은심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다. 마음이 심란할 때 친구이며 사돈이 예쁘게 한복을 차려입고 연락 없이 찾아온다. 친구 금순과 60년 만에 고향 남해로 내려간다. 남해에서 중학교 때 은심을 짝사랑하던 태호(박근형 역)를 만나 세 명은 열여섯 중학생으로 돌아간다. 그때를 추억하며 행복해한다. 남해의 아름다움에 빠지게도 했다.
영화에 삽입된 임영웅의 '모래 알갱이' OST는 영화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영화가 끝날 때 나오는 엔딩곡으로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만든다. 노래 가사가 영화 내용과도 잘 맞았다. 영화 관람하고 집에 와서 다시 찾아서 몇 번이나 들었다. 반복해서 들어도 영화의 여운이 남아 영화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난여름에 남편과 집에서 <그대 어이가리>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 치매가 정말 무서운 질병임을 깨닫고 제발 죽을 때까지 치매는 안 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도 슬프다. 보다가 눈물이 났다. 하지만 슬프기만 하진 않다. 코믹한 장면도 있고 친구의 우정에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