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28일 독일의 주요 매체인 짜이트는 "한국인들이 온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의 경쟁 상대이자 독일 시장 진출을 꾀하는 한국 태양광산업을 소개했다. 특히 수상 & 해상 태양광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기사 앞부분에 보이는 사진은 경상남도 합천댐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의 모습.
짜이트
- 한국은 땅이 좁은 자연환경때문에 태양광이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 63%가 산지고 광활한 영토를 가진 나라에 비해서는 국토가 좁다. 하지만 단지 이 사실만으로 태양광을 못한다는 주장은 대단한 오해이자 핑계일 뿐이다. 우리나라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상 약 400GW의 태양광이 보급돼야 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3200km2의 공간이 필요한데 이는 한국 국토면적의 3.2%가 해당한다. 이중 별도의 부지가 필요하지 않은 건물을 활용해 절반을 보급할 수 있다.
그런데 2030년쯤 되면 기술수준의 개선으로 2000km2, 400기가와트 보급이 가능하다. 이중에서 50% (산업단지, 아파트, 빌딩, 공공건물 등의 옥상 및 베란다, 주차장), 25%(수면, 해양, 자동차 후드 등에 설치하는 모빌리티, 고속도로 사면, 철도 레일 등), 5%(영농형 태양광으로 농사와 병행)등 약 80%는 기존의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즉, 400km2(국토의 0.4%) 정도만 태양광을 위한 별도의 태양광 부지가 필요하다. 태양광은 다양한 공간에 탈부착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무궁무진하게 창의적인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일사량이 하루기준 3.5~3.7시간인데, 이는 평균 3.1시간인 독일전체의 일사량보다 훨씬 더 낫다.
결론적으로 자연환경이 아니라, 정부 정책 부재 또는 미비에서 비롯된 문제가 훨씬 크다. 재생에너지 컨트롤타워 부재, 인허가 기준 불명확, 이격거리 등 각종 규제, 한전 중심의 경직된 전력구조, 상업용에만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지급하는 자가형과 상업용의 차별정책등이 그 예다. 또한 한국은 에너지 정쟁화, 국민의 오해 등으로인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낮은 수용성도 문제다."
- 독일의 주요 매체 짜이트지는 한국의 수상 & 해상 태양광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향후 한국의 잠재력은 어떻다고 보나.
"전 세계 수상 태양광의 원조는 한국이다. 2011년 합천댐에 상업용 수상태양광을 설치했던 게 세계 시초다. 한국은 자연 호수, 농업용 저수지, 댐이 많은데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안전하게 개발했다. 여름과 겨울의 댐 수위가 최대 40-45미터 차이가 나는데 이런 악조건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과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발했다. 물리적 공간과 기술도 뛰어나 전망이 밝다. 무엇보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이다보니, 해안쪽은 섬과 섬이 맞닿아 있어 인공방조제가 필요 없어도 파도가 거의 없는 잔잔한 공간이 무척 많다. 따라서 수상 태양광뿐만 아니라, 해상 태양광이 최소 30기가와트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 기후위기 대응이외에도,수출로 생존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중요도가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태양광산업의 성공은 한국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삼성은 2022년 알이백 (RE100)에 가입했다.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만으로 공급하는 알이백에는 원전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삼성반도체가 원전을 사용해 수출할 때는, 엄청난 탄소세를 지불하지 않는 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알이백을 선언한 기업과 유럽연합에는 물건을 팔지 못한다.
이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공급하는 씨에프백 (CF100)에는 원자력발전도 포함되지만, 알이백 선언기업들은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여전히 알이백에 소극적이고 국제사회의 인지도가 거의 제로상태인 씨에프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만약 알이백 달성을 위해 먼저 제대로 노력하고 다음에 부족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원자력으로 충당한다면 모두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재생에너지는 급격히 축소되고 태양광산업은 붕괴되고 있는데 씨에프백만 언급하고 있다. 대단히 시대착오적이고 한국 산업과 경제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 해외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범사례를 소개한다면?
"햇볕이 부족한 독일에서도 재생에너지 100% 자립이 가능하다. 독일에는 현재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전력망은 균형을 맞추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인구가 100만~2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마을 전체가 에너지를 공유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성공적인 지역사회 사례에는 라인란트팔츠주의 라인훈스뤼크, 바이에른주 북부의 하스푸르트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흑림의 쇠나우, 브란덴부르크주의 펠트하임을 비롯, 그로스 발도르프, 윈데등 많은 마을들이 있다.
독일의 베를린 시정부및 뮌헨 시정부도 작년 야심찬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2045년까지 도시내 필요한 전력의 25%를 태양광으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이런 사례들은 지자체 책임자들 및 지역 시민들이 중앙정부의 정책과 무관하게 지자체 100% 재생에너지로 가는 길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국회와 정부는 현재 '솔라패키지1''이라는 법안의 도입을 앞두고 대대적인 태양광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법은 그동안 에너지 자립을 하는 주택 소유자가 제출해야했던 서류 등록및 전력망 연결을 대폭적으로 단순화한다. 아파트의 임차인도 자신의 베란다에 태양광을 설치할 의사가 있는 경우, 집주인은 이들의 의사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첫째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을 맞춰 에너지 안보, 수출경쟁력을 위해서 재생에너지정책을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주길 바란다. 둘째는 재생에너지산업 육성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정책의 문제중 하나는 보급확대 정책은 있지만, 산업육성지원정책이 없다. 한국정부는 국내 제조기업과 국내기업 제품에 대한 지원은 없고, 국산 여부와 구별없이 설치 시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싼 중국산제품 때문에 국내기업이 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기업은 2010년대부터 정부로부터 토지, 공장·설비·전력 및 세제, 금융 등 전폭적인 지원과 혜택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규모의 경제 및 공급망을 확보하다보니 엄청난 원가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국내산업에 대한 지원없이 제품의 설치시 시장의 보조금만 주면 싼 중국산만 소비자들이 사서 설치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미국, 독일, 일본 등의 태양광기업들이 2010년대 망한 것이다. 특히 2010년대 초까지만해도 태양광산업의 중추적 기술개발에 선두를 달려 태양광산업의 대부라고 불렸던 독일은 과거 메르켈정부의 뼈아픈 정책 실패로 무수한 기업들이 도산했고 13만명이상이 실직하는 큰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정부는 산업제조지원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한 자국의 첨단제조산업부품과 제품에 대한 파격적인 공제혜택과 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태양광기업들이 모두 다 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전 정부 모두 이 점에서 부족했는데 현 정부는 시장과 산업 모두 망치고 있다. 눈을 뜨고 세계를 보기 바란다. 재생에너지 발전에는 그 나라 정부의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책임 또한 제일 크다는 것을 자각하기 바란다. 아울러 태양광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태양광산업의 존폐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앞으로 모든 정당, 환경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도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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