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한 에세이집퇴직하고 6개월 동안 쓴 글로 POD(Publish On Demand) 주문형 자가 출판으로 에세이집을 출간하게 되면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유영숙
교대 동기인 아주 친한 친구가 있다. 일찍 명예퇴직을 했고, 잘 지내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명예퇴직하고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화장실에서 갑자기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평소에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잠깐 정신을 잃은 것 같았는데 다행히 깨어났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친구는 혼자 외출하기가 불안해졌단다. 갑자기 또 쓰러질 같아서 늘 걱정이 되었다고. 아파트 내 상가에 잠시 다녀오는데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갑자기 손이 떨리고 가슴이 불안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집에 오긴 했는데 진정이 안 되어 딸에게 119를 불러 달라고 해서 응급실로 갔다고 한다.
신경외과 뇌 촬영을 하였지만, 이상이 없다고 해서 퇴원했는데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낮에는 남편이 운영하는 가게에 나가 잠시 일을 봐주는데 의자에 그냥 멍하니 앉아서 '저 사람들은 뭐가 행복해서 저리 웃을까?',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하며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남편에게조차 '나 건드리지 말고 아무 소리도 하지 말라'며 고립돼 지냈다. 밤에도 불면증이 와서 잠도 못 자고 식사도 할 수 없었단다.
안 되겠다 싶어서 가족 권유로 신경정신과에 가서 다시 검사했는데, 여전히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친구는 우울증 관련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고 한다. 약을 먹으니 마음이 안정되었고, 잠도 비교적 잘 자게 되어 차츰 약을 줄이게 되었다. 낮에는 아파트나 공원을 산책하며 햇볕을 쬐고 가볍게 운동도 했다고 한다(친구들은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며 참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모두 응원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