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역사문화마을, 이장우 가옥 안채. 광주광역시 민속문화재 제1호다. 고아한 멋이 있다.
성낙선
광주광역시로 여행을 떠나기 전날, 다음날 폭설이 쏟아진다는 일기예보를 접했다. 그 소식에 급히 계획을 변경했다. 애초 자동차를 가지고 내려갈 예정이었으나, 서둘러 기차표를 끊었다. 여행 일정 또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넘어서지 않게 대폭 수정을 가했다.
남구에 있는 양림역사문화마을은 눈이 내리는 날, 두 발로 걸어서 여행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마을이 생각처럼 크지 않다. 찾아가 봐야 할 장소들이 가까운 거리 안에 밀집해 있다. 카페도 많고, 맛집으로 불리는 식당도 적지 않다. 여행 중에 굳이 마을을 벗어날 일이 없다.
자동차를 포기한 건, 결과적으로 매우 잘한 일이었다. 여행 당일, 광주 지역에 엄청난 눈이 내렸다. 종일 쌓인 눈의 두께가 20cm에 달했다. 그 눈이 두터운 침대 매트리스를 떠올리게 했다. 도로에 쌓인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다시 눈이 내려 자동차들이 엉금엉금 기어다녔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사실 걸어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폭설이 내린 덕에 평소에는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눈이 내리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