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산성 서남(1호) 치에 오르면 청주 일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박배민
풍경에 감탄하며 반대쪽으로 넘어가면 공남문(남문)을 만나게 된다. 지금 보는 공남문은 1997년경에 복원한 것이다. 공남문 안쪽은 흙을 옹성처럼 쌓아 올렸다. 아마도 성문이 돌파당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조금이라도 더 방어가 용이하게 설계했던 듯하다. 남문을 지나 서문으로 향한다. 서문으로 나아가는 길은, 청주 전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져, 걸음걸음마다 시각적 향연을 선사한다.
서측 - 호랑이 기운 잡아라
상당산성의 서문은 弭(활 미), 虎(호랑이 호) 자를 써서 미호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직접 본 필자는 잘 모르겠지만, 예부터 미호문이 있는 곳의 지형이 호랑이가 도약하기 전 움츠린 모습과 닮았다고 한다.
구전에 따르면 미호문 자리에 있는 호랑이가 도약하여 이곳을 떠나면 지기(地氣)가 쇠하게 되므로 범이 떠나지 못하게 호랑이 목에 해당하는 위치에 성문을 세우고 미호문이라는 이름을 달았다고 한다. '弭' 자에는 '그치다', '활', '편안하게 하다' 등이 있다. 각 뜻이 저마다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니, 어떤 맥락으로 미호라 지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