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니, 정말이지 당뇨라는 병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약한 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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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을 받고 나자 일상 생활에서 소소한 주의 사항과 먹어야 하는 것, 먹지 말아야 할 것 등 온통 신경을 써야 할 일들로 가득 찼다. 사람이 살아가는 즐거움 중에 보통 먹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고들 말한다. 이전과 달리 먹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게 되면서, 울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고통이 차 올랐다.
처음 당뇨와 혈압, 고지혈증을 진단받고서는 놀라고 당황스러워 한동안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 내가 좋아하던 과일과 빵, 떡 종류를 비롯해 맛있는 음식들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우울했다. 과일 중에 감, 포도, 수박 같은 단 음식은 모두 금지됐고 중국 음식도 삼가야 했다. 매일같이 운동을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사는 일이 즐겁지가 않았다. 남편은 곁에서 나보다 더 내 식습관에 야단을 하면서 나를 힘들게 했다. 걱정되니까 그렇겠지 하면서도, 한편으론 내심 섭섭했다. 말 한 마디 나누기 싫을 정도로 기력과 기운이 떨어졌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 들면 아프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련을 견디고 사는 게 인생이란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은 쉽게 용납이 안 됐다.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이런 일을 나 혼자만 겪는 일도 아니련만, 그 순간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혼자서 우울했다.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출구를 찾아야 했다. 무엇인가에 몰입하며 우울한 마음을 잊어야 할 것 같았다. 우울한 게 내가 나를 놓지 못하는 욕심 때문 아닌지, 나이듦과 병듦은 누구나 찾아오는 인간의 생로병사인데 꼭 혼자만 겪는 일처럼 감당 못하고 고통스럽다 난리 치는 건 아닌지 하면서 천천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 즐거운 일이 무엇일까? 스스로 진지하게 물어봤다. 그리고 2020년 2월 어느 날, 동네 뜨개방에서 들은 한 작가의 서점 특강을 찾아가 들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글쓰기 모임을 찾아가 이런 저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주변에만 의존하고, 사람들이 내 기대에 못 미칠 때 섭섭하고 우울했던 마음에서 천천히 헤어 나오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다시 나를 찾는 것 같았다. 수용의 자세를 배우기 시작했다.
글을 쓰자 쏟아진 공감... 살아있다고 느꼈다
특히 언론에 글을 보내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스승 작가의 권유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글이 채택됐을 땐 신기하고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세상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줄 때 나는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브런치(스토리)라는 곳에 글을 쓰면서도 많은 이들이 공감과 응원을 보내줘서 기뻤다.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