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앞에서 열린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에는 20~70대 등 다양한 연령층의 피해자 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며 삭발에 나섰다.
조선혜
- DLF 사태로 인한 여파가 여전한데 이번엔 ELS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가 된 판매 창구도 '또' 은행이다. 우리나라에서 왜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것일까?
"모든 국민은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으려는 욕구가 있다. 이때 증권사나 투자운용사를 찾아간다는 건 본인이 이미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익을 더 크게 볼 가능성을 사는 대신, 손실이 날 위험은 좀 더 감수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은행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국민들이 '은행'에 정서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원금이 보장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선입견이다."
- 은행이 가진 '안정적'이라는 이미지가 ELS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말인가?
"맞다. 아무리 은행에서 ELS의 위험한 상품 구조를 설명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살면서 경험한 선입견대로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실제 상품의 위험성과 '은행은 안전하다'는 사람들의 편견의 간극이 너무 커 벌이지게 된 셈이다."
- 은행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시행됐다고 해도 ELS 같은 복잡한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금융상품을 팔았던 사람이 은행에 얼마나 될까? 판매하는 사람조차도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ELS 구조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사전에 기초지수의 범위를 정해두고, 범위 이내로 들어오면 수익을 보되 범위 밖으로 나가면 원금까지 손실날 수 있다고 정해두는 구조다. 가령 홍콩H지수가 50% 떨어지면, 원금을 날릴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높은 수익율을 주겠다는 식이다. 얼핏 들었을 때는,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 직원들조차도 '50% 빠질 확률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투자자에게 상품을 추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 금융이나 투자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은 미중 간 경제 갈등으로 홍콩 항셍 시장에서 자본이 이탈하면서 50% 정도는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리스크를 아는 사람들은 그대로 받아들이겠지만, 일반 판매원과 국민이 어떻게 국제정세까지 알 수 있을까."
- 누군가는 ELS를 가리켜 '합법적인 도박'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누군가 수조 원대 손해를 보면 누군가 수 조원대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아까 범위를 정해놓는 투자라고 했다. 이번 사태의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초지수가 범위 밖으로 벗어났을 때 손실을 보지만 누군가는 이때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인다. 가령 홍콩 주가가 50% 떨어지면 투자금의 100%를 번다는 조건이 있는 셈이다."
- 은행이 ELS와 같은 고위험 옵션 매도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은행에서 상품 구조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배치해, 그들을 통해서만 상품 판매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특정 '자격'을 가진 사람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금소법을 개정해 투자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을 때 은행에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을 크게 물어야 한다. 과징금 범위를 넓힌다거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유하기
"'은행은 안정적'이라는 선입견, 홍콩 ELS 사태 키웠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