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역추풍령역 플랫폼입니다.
윤복상
한편, 추풍령은 충청북도 영동군과 경상북도 김천시를 잇는 고갯길이다. 추풍령 고개는 해발 221m로 고갯길 중에서는 낮은 구릉의 수준이지만, 경부선 철도에서는 가장 높은 구간이기도 하다. 실제로 충북 옥천 부근부터 추풍령IC 부근까지 많은 터널들이 자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과거 구불구불했던 선형을 개량하는 가운데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실제로 이러한 나쁜 선형으로 인하여 많은 교통사고가 추풍령에서 발생해왔다.
또한 추풍령 고개는 경부고속도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여 큰 의미가 있었다.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인 추풍령휴게소가 이 지역에 위치해있다. 또한, 경부선 철도에 과거 증기기관차가 지날 때 추풍령역 부근에서 열을 식히며 쉬어갔다. 이때, 증기의 재료 물을 보충하기 위해 1939년 급수탑이 세워졌다. 이 급수탑은 원형이 아닌 사각형 구조로 건축사적 의의가 있다. 현재는 이 일대에 급수탑공원이 조성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추풍령 고개는 과거에는 죽령과 조령과는 다르게 한적한 곳이었다. 관로(官路)였으나, 주된 통로로 활용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 이유로 여러 설(說)이 있는데, 첫째, 추풍낙엽(秋風落葉)이라는 말을 연상한다는 이유로 상경하는 유생들이나 상인들에게 선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로 옆 괘방령이 우회 통로로 더 활용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둘째, 영남 지방에서 추풍령을 지나더라도, 옥천군과 영동군 일대의 금강을 지나는 험준한 계곡들이 많았기 때문에 통행로로 크게 선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령 고개를 지나 남한강 수로의 수운을 통해 한양에 도달하는 경로가 많이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은 현재 고속도로와 왕복 4차선 국도(4번 국도), 철도가 지나가는 현재의 추풍령의 위상과 대조된다. 다만, 이러한 위상이 발전 개념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추풍령 역시 통로가 지난다는 점과 많은 교통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유명해졌을 뿐, 정작 해당 지역은(추풍령면) 소멸 위기에 봉착해있다. 소재지의 초등학교는 학생수가 점점 감소하여 현재는 학생수가 30명 이하로 내려갈 위기에 처해있다.
결국 고갯길에서 우리는 균형발전과 지역소멸의 문제를 찾을 수 있다. 교통의 고도화는 체류의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발달된 통로가 향하는 곳은 지역 사이사이가 아닌, 집약된 수도권과 대도시이다. 빨대효과로 불리는 것처럼, 과거의 체류 공간들은 더 빠른 속도로 쇠퇴해갈 것이다.
모든 지역들을 다시 일으키고, 재생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한정된 자원의 배분에 있어서 불가능한 상상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때 체류의 공간으로 구실하며 흐름의 중심에 있었고, 또 지역들을 이었던 이 고개들은 남겨두고 더 살려야하지 않을까?
옛 고갯길의 관광으로서의 테마도 살리고, 전원형 주거 모델을 토대로 지역형 일자리를 개발하고, 교육 연계형 주거 플랫폼 등의 사업 도입을 통해 지속 가능한 학교를 창출해내는 균형발전 모델을 그려본다.
주막집에서 국밥에 한잔하는 각지의 관광객들로 붐비면서, 귀농을 통한 지역 일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전원형 교육과정으로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은 죽령과 조령, 추풍령 일대를 상상해본다. 밑그림이 반이고, 색칠은 시간문제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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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현상 및 균형발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꿈과 다양성을 키울 수 있는 균형잡힌 미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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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의 중심 고개, 지역을 잇는 고개.. 죽령과 조령, 추풍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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