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3주기를 맞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진행된 전장연 시위를 취재하는 도중 최 센터장이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에게 강제 퇴거를 명령했다. 하 기자는 시위가 끝날 때까지 보안관들에게 가로막혀 승강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복건우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현장에서 자신들에게 비판적 보도를 해 온 일부 소규모 언론사들을 '기관지'로 규정하고 강제 퇴거를 집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퇴거는 최근 공사가 전장연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여미애 <레디앙> 기자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에서 전장연이 주최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해고 철회 및 복직 투쟁' 기자회견이 시작하기도 전에 공사 보안관들에 의해 강제 퇴거를 당했다고 알려 왔다. <레디앙>은 지난 2006년 창간된 진보 성향 인터넷 언론이다.
여 기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이 기자 명함을 달라고 해서 줬더니 '이게 무슨 기자야'라며 명함을 바닥에 버리고 강제 퇴거를 지시했다. '전장연 기관지 따위가...'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기자회견 시작도 전에 보안관 네다섯 명에게 뒷덜미와 양팔을 잡힌 채 2호선 출구 쪽으로 끌어내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장연 시위가 침묵시위 등으로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공사의 폭력적 진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어제처럼 기자임을 밝혀도 강제 퇴거를 진행하는 방식은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비슷한 상황은 나흘 전인 22일에도 있었다.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3주기를 맞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진행된 전장연 시위를 취재하는 도중 최 센터장이 하민지 <비마이너> 기자에게 강제 퇴거를 명령했다. <비마이너>는 2010년 창간돼 장애·빈곤 이슈를 전문적으로 발굴해 보도해 온 장애인 언론이다.
퇴거 명령을 받은 하 기자는 "기자를 왜 끌어내느냐"라며 즉각 항의했으나, 최 센터장은 "퇴거시켜 상관없어", "전장연 계간지잖아 무슨 기자야"라며 퇴거를 지시했다. 하 기자는 보안관과 경찰들에게 양팔이 붙잡힌 채 대합실로 쫓겨났다. 퇴거 명령 이후에도 최 센터장은 <비마이너>가 "전장연 일원"이라거나 "자매지" 혹은 "기관지"라고 표현했고, 하 기자는 시위가 끝날 때까지 보안관들에게 가로막혀 승강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