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서영철(67)씨가 지난 18일 경상도에 있는 7평 남짓한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폐 기능이 19%까지 떨어진 서씨는 산소발생기와 연결된 콧줄 없이는 숨을 쉬지 못했다. 서씨가 오른손으로 만지고 있는 게 산소발생기다.
김성욱
"후… 하… 후… 하… 잠시만요…"
지난 18일, 경상도의 한 7평짜리 원룸.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식탁에서 일어나 대여섯 걸음을 옮긴 서영철(67)씨는 현관문을 열어주고 난 뒤 5분이나 벽을 짚고 서서 거친 숨을 골랐다. 찡그린 채 눈을 감고 입안을 풍선처럼 부풀려 숨을 내뱉는 서씨의 코에는 산소발생기와 호스로 연결된 콧줄이 매달려 있었다.
좀처럼 호흡이 돌아오지 않자 서씨는 더듬더듬 기계를 조작해 분당 산소량 수치를 3리터에서 최대치인 5리터까지 높였다. 고개를 숙인 서씨는 들릴 듯 말듯 꺼져가는 목소리로 "몇 발짝 안 돼도 갑자기 움직이면 이런다"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서씨는 "현재 폐 기능이 19%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감사하죠… 후…하… 만약에 이번에도 무죄 나왔으면… 저희 같은 피해자들은 다 매장됐을 거예요… 이 몸 끌고 밖에 나가서 소리치기도 벅찬데… 후…하… 사람들이 옥시는 알아도 SK는 잘 모르거든요..."
서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서승렬 재판장)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애경·이마트 임직원들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다루는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3년 전 모두 무죄가 내려졌던 1심이 완전히 뒤집힌 결과였다.
앞서 2018년 대법원에서 PHMG·PGH(구아니 계열 화학물질)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판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관계자들의 유죄는 확정된 바 있지만, CMIT·MIT(이소티아졸리논 계열)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 SK케미칼·애경·이마트 쪽이 유죄를 받은 건 처음이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지고 무려 13년 만이었다.
[서영철씨] 24시간 콧줄, 공황장애까지 "이번에도 무죄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