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리브랜딩>(오마이북, 박상희·이한기·이광호)
오마이북
도시가 사람들로 넘쳐나던 시대는 지났다.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인구도 따라 줄면서 서울·수도권 밖은 도시 곳곳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이젠 도시가 사람들을 붙잡아두고 불러들이려 애를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
도시들이 앞다퉈 '도시 브랜드'를 내놓으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아이 러브 뉴욕'처럼 기억에 남는 한국의 도시 브랜드를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 왜 부산이나 대구는 뉴욕이 되지 못할까.
<도시×리브랜딩>을 보면 그 궁금증이 풀린다. '도시다움을 만드는 새로운 변화'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럴듯한 도시 브랜딩 공식이나 비법이 담긴 책은 아니다. 도시 (리)브랜딩은 결국 '도시다움'을 만드는 일이며, 그런 도시다움은 '새로운 변화'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이란 도시다움을 만든 새로운 변화?
그렇다면 뉴욕이란 '도시다움'을 만들어낸 '새로운 변화'는 무엇일까. 뉴욕도 처음부터 우리가 아는 뉴욕은 아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거대한 도시는 가난과 범죄로 얼룩져 있었다. 오일쇼크로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도시엔 짙은 그림자가 깔렸고 범죄율은 치솟았다. 자연스레 도시를 찾는 발길도 줄고 투자도 끊겼다.
이 무렵 부동산 투자자 루이스 루딘은 '더 좋은 뉴욕을 위한 모임'을 꾸렸다. 모임에선 뉴욕이 맞닥뜨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댔다.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이는 등 기업하기 좋은 정책을 정부에 제안했고, 치안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돈을 모으기도 했다. 또 뉴욕 관광청과 함께 도시를 알리는 캠페인도 벌였다.
그러자 뉴욕시도 거들었다. 광고 기획자, 그래픽 디자이너, 작곡가 등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도시 브랜딩에 나섰다. '아이 러브 뉴욕'이란 슬로건도 이때 나왔다. 광고회사 '웰스, 리치, 앤드 그린'과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가 함께 우리 모두가 아는 로고 'I♥NY'(1975년)을 만들어냈다. 로고와 조형물뿐 아니라 노래도 만들었는데, 프랭크 시나트라, 빌리 조엘 등의 목소리에 실려 TV와 라디오로 퍼져나갔다.
뉴욕은 점차 관광도시로 발돋움해 나갔고, 비즈니스 활성화 정책에도 점점 더 힘이 실렸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사업가와 관광객들이 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경제가 살아나고 재투자도 활발해졌다.
"장기실업과 범죄로 그늘진 도시로 인식되었던 뉴욕은 'I♥NY' 캠페인을 통해 시민, 관광객, 투자자에게 살기 좋고, 관광하기 좋고, 비즈니스하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낸 뉴욕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23~24쪽)
'아이 러브 뉴욕'은 도시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2001년 9.11테러로 많은 뉴욕 시민이 목숨을 잃고 도시가 깊은 슬픔에 잠겼을 때, 처음 로고를 디자인했던 밀턴 글레이저는 다시 'I♥NY More Than Ever(그 어느 때보다 더 뉴욕을 사랑한다)'라는 포스터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