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 상봉 청년주택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철근공정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째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들 역시 임금체불 등 이유로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김종철
"보세요. 오늘 16일인데, 우리가 11월부터 한푼도 못받고 일하고 있어요. 회사(하도급업체)에선 일단 일을 진행해달라고 해서 해왔는데... 다른 곳은 올스톱이잖아요. 그나마 여긴 (서울)시에서 주관을 하니까..."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해 온 신혼부부를 포함해 젊은 세대를 위한 내집 마련 사업이다. 상봉 사업장은 연면적 5만352평방미터, 지하 4층~ 지상25층 주상복합건물로 782세대가 들어선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이면 공사가 끝나야 한다. 박 팀장은 "초기 공사 때 예상치 못한 암반이 발견돼, 당초보다 공사기간이 4-5개월 늦춰졌다"고 했다.
현재 8층까지 올라간 상태. 박 팀장과 함께 철근팀으로 일하는 노동자만 40여명이다. 이날처럼 영상의 날씨라도 지상 5층 이상 높이의 현장은 또 다르다. 공기(공사기간)를 맞추기 위해 쉴 새 없이 철근을 나르고, 해체하고, 고정하고… 그나마 공공기관 발주 사업현장에, 대형건설사가 참여하는 사업장이었던 점(태영은 상봉현장의 지분 30%를 갖고있다)이 위안거리라면 위안이었던 것.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현장 분위기가 이상했다고 한다. 박 팀장은 "작년 11월부터 이상한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면서 "태영 지방 현장이 (멈춰)서고, 어음이 돌고있다고 하면서..."라며 씁쓸해 했다.
태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종의 '어음'성격인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만기에 맞춰 이를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다. 태영이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 등을 현금 대신 외상매출채권으로 주고, 해당업체는 이를 담보로 은행에 어음할인을 받아 자금을 조달해온 것이다. 문제는 태영건설이 만기일에 맞춰 외담대를 상환하지 못해, 은행도 해당 어음 할인을 사실상 거부해왔다.
태영으로부터 상봉 현장공사 맡은 업체는 전북에 본사를 둔 A사다. 박 팀장 등 현장 노동자들은 A사와 계약을 맺는다. 물론 부정기적이다. 계약이 1년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사 진행상황에 따라 단기 계약이다. 이들도 지난 10월 21일부터 일을 맡았다.
박 팀장과 함께 나온 김아무개씨는 15년차다. 그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기지다. 김씨는 "A업체에선 일단 일을 하자고 계속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태영이 3개월짜리 어음을 (공사) 대금으로 줬다고 하는데, 은행에서 이것을 안 받아주니까..."라고 말했다. 그가 말을 곧장 이어간다.
"작년 11월부터 태영 어음돌리기 시작... 하도급업체는 '지켜보자' 말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