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터의 모습 (서울 공항정 / 2022년 6월 14일 촬영)
김경준
물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었다. 활터에 등록하는 것도 내겐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낯선 환경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컸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활터의 분위기는 굉장히 수직적이고 엄격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적응하기 어렵다고 하는 소문이 무성했다.
실제로 지역 불문하고 활터의 평균 연령대는 높은 편이다.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활 배우겠다고 찾아오면 "한창 공부하고 일할 사람이 왜 여기 오느냐"며 문전박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활터에 가보면 나와 같은 2030 또래들은 드문 편이다.
나 역시도 처음에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서는 덜컥 겁부터 났다. 그러나 정말 활을 쏴보고 싶었던 나는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집 가까운 활터의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도 활터에 대해 들었던 각종 부정적인 소문은, 적어도 내가 방문한 활터와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었다. 오히려 젊은 사람이 전통문화에 관심 갖고 배우려는 모습이 가상하다며 어른들로부터 뜨거운 환영과 격려를 받았다. 그렇게 영업(?)을 당해버린 나는 바로 입회원서에 도장을 찍었다.
'함께'를 중시하는 활터 문화
물론 처음에는 쭈뼛쭈뼛 눈치 보기에 바빴다. 아무리 편히 대해준다고 해도 어머니 아버지뻘, 할아버지뻘 되는 분들과 한 공간에 계속 있는 게 어렵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 활터의 문화는 나이와 성별을 넘어 상호 존중의 예의를 중시한다. 아랫사람이라고 무시당하거나 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오히려 젊은 사람들에 대해 배려해주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쏠 수 있게 우리가 비켜줘야지"라고 하면서 자리를 양보하는 어른들 모습을 보며 뭉클한 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