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처음 10km 완주한 날
윤용정
꾸준히 하니까 되는구나! 성취감을 맛본 나는 2023년에 수많은 계획을 세웠다. 작년에 유행했던 '갓생 살기, 미라클모닝'도 그중 하나였다. 유튜브나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감사일기를 쓰고, 영어공부를 하고, 30분간 책을 읽었다. 집안일을 해놓고 회사에 출근했다가 오후 6시에 퇴근해서 또 집안일을 하고 글을 쓰다가 밤늦게 잠들었다.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글쓰기 모임이나 강연을 들으러 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몸이 너무 피곤해졌고, 심장에 약간의 이상 증상이 느껴졌다. 피곤과 겨울 추위를 핑계 삼아 오늘 할 달리기를 내일로, 주말로, 다음 달로 미루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10분도 달리기 힘든 사람이 됐다. 물론, 미라클모닝도 한 달짜리로 끝났다.
2023년은 그렇게 의욕이 앞서 한 달 반짝 무리를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다. 1년이란 시간은 나같이 꾸준함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1년짜리 거대한 목표를 세워놓고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는, 내게 맞는 한 달짜리 작은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오늘부터 나는 아침 8시에 30분간 산책을 한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 행동은 체력을 기르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4주 뒤에도 내가 산책을 잘하고 있다면 다른 계획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다. 4주 뒤에는 천천히 달리기를 할 수도 있고, 아침에 산책을 하고 저녁에 달리기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꾸준히,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이어가는 게 내 목표다.
마라톤 대회에 가보면 풍선이나 깃발을 달고 달리는 페이스 메이커가 있다. 페이스 메이커는 경기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들어 내는 선수다. 10km 대회에 처음 나갔을 때 나는 페이스 메이커 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달렸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않고, 내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게 맞는 속도로 달렸기에 지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끝까지 달리는 거라 생각한다. 2024년에 내가 꼭 기억하고픈 네 글자는 '내 속도로'이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내 속도에 맞춰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는 2024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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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계획이 앞서는 일, 이제 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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