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에서 15년째 고래를 만나고 있는 제라르도(Gerardo)와 회색고래 어미와 새끼 벽화
이안수
내가 그를 만났던 장소는 산이그나시오 석호의 라프레이데라(La Freidera)라는 곳으로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 포경업자들이 고래를 잡고 가공했던 장소였다. 회색고래는 대서양에서 남획으로 먼저 멸종위기에 처했고 이어서 이곳 바하칼리포르니아 석호에서도 거의 멸종 위기까지 갔었다. 다행히 1946년 국제 포경 규제 협약(ICRW ;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Regulation of Whaling)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되었고 1994년에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 이 지역의 이름이 '라프레이데라(La Freidera)'라고 하더군요. 고래와 관련한 특별한 의미가 반영된 이름이라고 들었습니다.
"고래잡이와 관련된 유서 깊은 곳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Freidera'는 스페인어로 프라이팬이라는 의미입니다. 고래를 잡아 끓여서 기름을 얻는 작업을 이곳에서 했다고 해요. 일본인들이 이곳에 머물며 그 작업을 했고 고래 지방을 끓여서 기름을 추출하는 '렌더링(Rendering 지방정제작업)을 하던 도구들도 발견되었습니다."
- 당신이 성인이 되고 난 후, 거의 절반 가까운 해를 회색고래와 지냈습니다. 고래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 당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고래를 보고 고래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은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이며 어쩌면 인간만큼 지능적인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제 잠재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었을, 우리가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에게 행하고 있는 온갖 나쁜 일들이 의식 속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죠. 이 잔혹행위들은 그들이 우리만큼 지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깨우침이 나를 크게 바뀌게 했고 고래와 함께 일하면서 그들이 나를 더욱 자비로운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 거미, 전갈은 물론 이 땅의 일부인 모두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이 행성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들도 고래가 삶의 영속성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 이곳에 오듯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그들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행위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 삶의 일부일 뿐입니다."
- 사람들은 왜 멀리서 고래를 보러 올까요? 그리고 그들이 고래를 대하는 태도는 어떻습니까?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나요?
"글쎄요. 모든 사람들은 각기 다른 기대를 가지고 옵니다. 또한 태도들도 달라요. 어떤 사람은 가능하면 고래에 가까이 다가가려 합니다. 셀카를 찍고 싶은 것이죠. 그리고 또 다른 모험을 원합니다. 어떤 사람은 고래와 대면하는 순간, 눈물을 흘립니다. 매우 영적인 체험의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