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보조금 횡령 의혹에 강하게 반발한 여천농협
여천농협
여천농협의 유기질비료 보조금 횡령 의혹 보도가 지역 농가에서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정작 사건 당사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kbc광주방송>은 지난해 12월 29일 단독 보도 <[단독]"보조금은 눈먼 돈"...여천농협, 비료 횡령 '의혹'>을 시작으로 이달 중순까지 6번의 연속보도를 이어왔다. 요약하자면 농민 A(73)씨가 여천농협에 유기질비료를 신청했지만 3년 동안 단 한차례도 받지 못해 여수시에 횡령 의혹을 제기했고, 시는 이를 알고도 은폐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단 횡령 금액은 얼마인지 아직 알 수 없으며 여천농협이 이 사업과 관련해 지원받은 보조금은 3년간 20억 원이 넘는 걸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최근 여수경찰서가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 관계자는 <뉴시스>에 "보조금 횡령 의혹이 지역에서 잇따라 제기돼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횡령' 여부 놓고 의견 분분
기자는 횡령 의혹을 제일 먼저 제기한 농민 A씨 등 사건 당사자들과 만나 경위를 따져보았다. 먼저 '횡령 금액'이다. 우선 <kbc광주방송>은 여천농협이 받은 20억 원 넘는 보조금 중 횡령액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는 이에 따라 꽤 큰 규모의 횡령이 벌어졌을 수도 있을 거라 짐작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A씨 기준으로 계산을 할 경우 총 56만4천원이 나온다. A씨는 3년이 아닌 2년간 비료 282포(21년 172포·22년 110포)를 받지 못했고, 이에 따른 보조금 지원액은 총 56만4천 원(2021년 29만 원·2022년 27만4천 원)이었다. <kbc광주방송>이 여천농협이 받은 지원금을 20억 원으로 추정한 것은 여수시 한해 비료보조금 지원액이 6~7억이기 때문에 이를 3년간 곱해 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횡령'이 맞는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여천농협 관내인 한 마을에서 시작됐다. 이장을 지낸 A씨는 당시 여천농협 대리인인 영농회장 B씨와 사이가 좋지 않아 유기질비료를 면사무소에 신청했다. 하지만 A씨를 제외한 마을 주민들은 매년 해오던대로 영농회장에게 비료를 신청했다. 이후 업체에서 비료 공급을 받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했다. 영농회장이 신청받은 명단에는 A씨는 없었고 비료공급 업체는 A씨 비료를 포함해 한꺼번에 마을에 공급했다.
결국 분배과정에서 명단에 없는 A씨의 비료가 남아, A씨 비료라는 것을 몰랐던 이장은 비료가 필요한 농민들에게 신청을 받아 분배했다. 현장에서 남은 비료를 산 주민들은 비료값을 입금했다. 이로 인해 2년간 비료를 받지 못하자 화가 난 A씨는 여수시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여수시 농협기술센터 담당자가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후 오해가 풀린 A씨는 지난해 6월 16일 바로 민원을 취하하면서 사태가 종결되는 듯싶었다. 그런데 6개월 뒤 이같은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다.
여천농협 "부당한 보도" - 여수시 "횡령할 수 없는 구조"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진행 절차를 살펴보면 사업신청(농업인/읍·면·동) → 지원대상 확정 및 대상자 농협으로 통보(여수시) → 업체로 공급지시(농협) → 퇴비공급(공급업체) → 자부담금 수납(농협) → 보조금 신청 및 대금정산(여수시/농협) → 이행점검 및 사후관리(여수시)로 이뤄진다. 보조금지원사업에서 농협측의 주요 업무는 비료업체에 공급을 지시하고 자부담 수납과 업체에 대금 정산을 하는 것이다.
정확히 따지면 보조금 지원사업 이행점검 및 사후관리 책임은 여수시에 있다. 만약 여천농협측이 비료공급 업체에게 돌려줄 자금을 떼어먹지 않는 이상 이 사건에서 횡령을 했다고 보는 건 다소 무리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