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통과를 환영했다.
유성호
"대한민국 '개 식용 종식 특별법' 국회 통과되다."
예상했듯이 답글마다 "드디어 안 먹는구나", "지금부터 아니고 2027년까지는 먹는대", "어떻게 개를 먹는다니(미개하다)" 뭐 이런 댓글들이 주욱 달려 올라온다. BBC는 후속 기사로 개고기 문화에 대한 현지 소식, 법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등을 차례로 전한다. 나는 마침 옆에 누워 복종과 사랑의 표현으로 자기 배를 내 맡긴 우리 집 개 코코의 배를 긇어주던 참이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어찌 개고기 먹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으리. 왕년 섹시스타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의 개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한다는 기사에 '남의 나라 문화에 유난하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는 반려견을 키우는 상황도 아니었고, 한참 다른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터라 식용개 문제까지 생각할 겨를 없는 20대였다. 차를 타고 성남 모란 시장을 지날 때 친구가 "여기가 그 유명한 개고기 도매시장이래" 하기에, 시장이 있을 정도니 아직도 개고기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짐작했던 기억이다.
영국 동네 공원에 나가보면 걷고 있는 사람수, 애완동물수가 반반 일 때가 많다. 그 만큼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고 흔하다. 이 곳 사람들은 애완견을 가족처럼, 아이처럼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아낀다. 개 사료, 병원 시스템 등 관련 산업이 성업 중이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위해 지갑 열기를 서슴치 않는 결과다.
지난 크리스마스 박싱데이. 저녁 식사 마치고 나른해질 무렵, 우리 집 강아지 코코가 무슨 알약을 하나 날름 삼킨다. "아이고 안 돼. 그거 쥐약이야" 시어머니의 외마디가 들려온다. 쥐약 치우는 것을 깜빡하셨단다. 남편은 쥐약 봉투를 찾아내 그 성분을 읽더니 낯빛이 어두워진다. 코커스파니엘의 후예인 코코는 입매가 길쭉한 편이라 손가락으로는 목젖에 닿을 리 없다. 젓가락을 넣어보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통에 잘 못하면 코코 몸을 상하게 하지 싶다.
급하게 야간 진료 가능한 동물병원을 찾아본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기는 한데 의사 만나는 비용만도 250 파운드 (40만 원)라고 웹사이트에 써 있는 걸 보니 진료비가 어마무시할 것 같다. 살리고 봐야지 싶어 급하게 차 열쇠를 챙겨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연휴 기간 중 늦은 밤인데도 서 너 명의 사람이 대기중이고, 우리 바로 앞 순번의 중년 여인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앉아 있다. 얘기하기 좋아하는 영국 북부 여인이였는데, 어쩌다 돌아보니 거실에 두었던 초콜릿 한 박스가 모조리 비워져 있었다고. 이 두 강아지들이 먹은 것 같아 걱정되어 관장하러 왔다고 한다.(개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초콜릿 정도를 가지고 이 밤에 동물병원에 왔다고? ) 초콜릿 먹은 개 두 마리와 쥐약 먹은 우리 집 코코는 영문도 모른 채 서로 엉덩이 냄새 킁킁 맡아가며 신이 났다.
쥐약이라는 말에 응급으로 코코가 처치실로 들어가고, 초콜릿 먹은 개 두마리도 그 뒤를 쫓아 들어간다. 30여분이 지나 의사가 진료실로 부른다. 위 세척으로 쥐약을 토해냈다고, 30분 안에 데려와서 천만다행이라며 비타민 K로 혹시나 모를 장기 부상을 방지하자 한다. 그러면서 문진료 250 파운드에 진료비와 비타민K 약값을 합해 720파운드(120여만 원)의 진료비 청구서를 내어 놓는다. 다행히 보험이 있어 전체 금액의 20%만 현금으로 냈지만, 예상치 못한 출혈에 정신이 아찔하다. 초콜릿 먹었던 개들도 위세척하고 나오는데, 비슷한 청구서를 받아 든 아주머니는 초콜릿 한 박스가 100만 원짜리였다고 실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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