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배우 김의성 등 문화예술단체 대표와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유성호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 배우 김의성씨
"수사당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단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 수 없다." - 봉준호 영화감독
봉준호 감독, 배우 김의성씨, 가수 윤종신씨 등 검은 옷을 입은 문화예술계 인사 10여 명이 비통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기자회견장에 섰다. 동료였던 배우 이선균씨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임을 지적하는 자리였다.
이들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쉼없이 터져나왔다. 고인과 함께 세계적 영화 <기생충>을 작업한 봉준호 감독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2개월 동안"이라고 말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말에 잠시 멈칫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당초 배포된 성명에는 "사망"으로 적혀 있던 부분이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일부 관계자들은 성명서 내용을 듣던 중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KBS 보도, 경찰 부적법 언론 대응 없었나"
▲ 봉준호·김의성·윤종신 등 문화예술인 “고 이선균, 수사과정에서 이러한 비극 반복되지 않길…” 봉준호 감독, 장항준 감독, 배우 김의성, 최덕문,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등 문화예술단체 대표와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 유성호
이선균씨의 죽음 후 만들어진 문화예술인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을 발표했다.
이들은 배우 김의성씨,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씨, 이원태 감독이 차례로 낭독한 성명을 통해 ▲ 진술내용 유출 등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진상규명 ▲ 고인에 대한 선정적 보도 삭제 ▲ 이선균 방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10월 19일 첫 보도 이후 10월 23일 정식 입건된 뒤 약 2개월의 기간 동안 고인은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며 "간이시약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을 위한 시약채취와 음성 판정, 세 차례에 걸친 경찰소환조사 출석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고인은 삶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 수사와 관련된 내부 정보가 최초 유출된 시점부터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경찰수사 보안에 한 치의 문제도 없었냐"고 반문하며, 특히 지난해 11월 보도된 고인의 사적 통화 내용 기사를 거론하며 경찰·KBS를 강하게 질타했다.
봉준호 감독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 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이 없었는지, 수사 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로부터 수사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 없는지 한 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BS 단독 보도에는 다량의 수사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당국은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단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 수 없다.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제2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