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참여연대, 호루라기재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지인을 동원해 특정 언론사 심의 민원을 청부한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해촉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특히 지난 8일 회의장에서 언론사 기자들이 '류 위원장이 어떤 꼼수를 쓸까' 의심하면서 회의장을 떠나지 못한 상황은 YTN 기자 출신인 류 위원장이 더욱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방심위 직원은 물론 후배 기자들에게조차 기본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 류희림 위원장이 처한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류 위원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철저하게 함구하면서, 방심위 위원과 직원에 대한 공세로, 궁지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다. 청부민원 사태와 관련해 사내 감사를 지시했던 그는 이번에는 야권 추천 위원들을 탓하며 탈출구를 찾고 있다.
류 위원장은 9일 오전 방심위 방송소위에서 야권 추천 위원들과 고성이 오간 것과 관련해 개인 명의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옥시찬 위원(야권 추천)은 위원장에 대한 심각한 인격모독 테러 행위를 자행했다"며 "사상 초유의 불미스러운 욕설과 폭력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위원장으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반면 류 위원장은 지인이 개입한 '청부 민원 사태'에 대해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오히려 사태를 '민원인의 개인정보 유출'로 규정하면서 내부 직원 탓만 하고 있다.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류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청부 민원 안건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려고도 했다. 비공개 여부를 일방적으로 표결에 부치고 류 위원장 자신도 표결에 참여하면서, 야권 추천 위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날 회의에서 야권 위원은 "당사자가 회피하지 않고 회의 비공개 여부 표결에 참여하는 근거가 뭐냐"고 물었지만, 그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류희림 위원장은 방심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법적으로 위원장이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성은 스스로 형해화시켰고, 기관의 수장으로서 확보해야 할 최소한의 리더십조차 갖추지 못했다. 민주당이 지난 5일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언제 피의자 신분이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다.
정치적 편향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데다, 곧 피의자 신분이 될지도 모르는 위원장의 말을 누가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자신의 잘못은 회피한 채, 다른 사람의 잘못만 꼬집으면서 자리만 보전하려는 류 위원장은 방심위라는 기관 자체의 신뢰도를 좀먹고 있다. 이쯤되면 '조직의 해가 되는 리더' 사례로 경영학 교과서에 나와도 될 수준이다.
전날에 이어 9일 방송심의 소위원회도 '정회' 상태에서 끝을 맺었다. 방심위가 처리해야 할 주요 안건들의 처리가 지체되고 있다. 이런 극한 대치가 계속된다면 방심위는 '식물 기구'가 된다.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도 생각해봐야 한다. 내부 직원들을 제대로 통솔하기는커녕 좌충우돌 논란만 만들면서 일처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굳이 위원장에 놔둘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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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탓하고 도망가고... 출입기자도 불신하는 방심위원장,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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