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사이트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 그럼 신상공개 이후 양육비를 지급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되나.
"과거 배드파더스로 사이트를 운영할 때, 1000명 이상의 양육비 미지급 건을 해결했다. 지금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 사이트를 통해서도 400~500명 정도가 신상공개 이후 양육비를 지급했다. 이렇게 해결된 경우 사이트에서 신상을 내린다."
- 개인이 신상공개를 할 경우, 오판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어떤 검증 절차를 거치나.
"양육자들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건 아니다. 이혼 판결문, 양육비 부담 조서 등 법원의 서류를 받아서 판단한다. 신상공개 전 미지급자에게 사전 통보도 먼저 한다. 미지급이 아닐 경우, 지급했다는 자료를 보내달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지급할 형편이 안 되는 미지급자의 경우에도 사정을 알려달라고 한다. 미지급이 맞다면, 양육자와 이야기해 원만하게 해결하라고도 권고한다. 이런 과정을 다 거쳐 그래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생활의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있고, 전혀 문제를 해결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것이 확인됐을 경우 그때 신상을 공개하는 거다."
- 신상공개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걸까.
"우리나라도 법이 많이 바뀌긴 했다. 여성가족부에서 신상공개를 한다고 하길래,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닫았었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졌고 불완전했다. 여성가족부의 신상공개에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사진이 없다. 특정이 안 된다는 거다.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사이트를 다시 오픈한 이유기도 하다. 배드파더스 문을 닫고 나니, 양육비를 지급하다가 다시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또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를 정지시키기도 하는데, 그 정지 기간이 100일밖에 안 된다. 100일 동안 그냥 택시 타고 다니면 되는 거다. 사실 법으로 해결이 되는 게 가장 좋은데, 안타깝다."
-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양육비 관련 법들이 이미 많은 것으로 안다.
"그렇다. 어떤 법이 만들어져야 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무의미한 이유다. 이미 시민단체들이 끊임없이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를 해왔고, 국회에도 양육비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들이 여럿 발의돼 있다. 그러나 통과되지 못하고 잠들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또 폐기될 운명이다. 일단 이 법안들부터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 왜 아직도 통과가 안 되는 걸까.
"우리 사회가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잘 관심을 안 가지지 않나. 정치권과 정부가 이 사람들(양육자)의 이야기를 안 들어 준다. 목소리가 작은, 힘없는 집단이기 때문에 그렇다. 양육자들은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고, 생계를 감당해야 하니 시간을 내기도 힘들다. 어떻게 하면 목소리를 더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유죄 판결로 인한 파장이 우려된다. 양육비 미지급 외에도 성범죄 미투, 학교 폭력 사건들은 당사자가 본인의 피해 사실과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쉽게 가능하겠나. 피해자들이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구 대표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여성신문은 지난 5일, 8살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 양육자가 배드파더스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직후 이혼한 전 남편에게 받은 SNS 메시지를 공개하며, 이번 판결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기사에 따르면 양육자의 전 남편은 "이제 내가 그 쪽에게 양육비를 줘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득을 해봐라"라는 말과 함께 구 대표의 유죄 판결 기사 링크를 보냈다.
한편 구 대표는 인터뷰 말미 "대법원 판결 이후 '멘붕'이 왔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며 "신상공개 사이트 운영을 계속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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