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남편은 일흔 살이지만 직장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일을 하니 우울증도 사라지고 삶이 활기차단다.
유영숙
노인 일자리 창출이 급한 이유는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일자리를 통해 이들이 겪는 외로움과 건강 문제 등 다른 문제들도 함께 해결하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60세에 퇴직하고도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며 수명도 늘어났으니 65세 정도로 정년을 늘려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예전에는 자식이 은퇴한 부모를 돌보았지만, 지금은 자식에게 기대기에는 자식들도 살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부모가 도와주는 가정도 많다.
날로 심각해지는 노인 우울증
은퇴 후에 재취업해 다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건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의
경우 둘 다 정년퇴직을 했는데, 퇴직하고 얼마 안 되어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삶의 질이 내려갔단다. 건강을 위해 식이요법이 필요해 하루 세끼를 매 끼니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시간을 낼 틈이 없고, 어쩌다 친구들과 한 번 만나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이러면 삶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 집도 은퇴 후에 주로 들어가는 돈이 병원비다. 다른 것은 절약해서 살 수 있지만, 적어도 병원비만큼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남편도 얼마 전에 오른쪽 팔이 자꾸 저리다며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였다. 그런데 검사비만 180만 원 정도 나왔다. 실비 보험이 없어서 고스란히 병원비로 나갔다. 팔과 손가락 수술을 하면 50% 정도 좋아진다는데, 수술비만 거의 몇백만 원 나온다는 말에 앞이 캄캄해졌다. 다행히 물리치료를 받으며 좋아져서 수술은 하지 않게 되었다.
퇴직하고 나이 들면서 일자리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임을 요즘 절실히 느낀다. 돈은 아껴 쓰면 되지만, 건강이 안 좋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물론 일도 하기 어렵다).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힘들어진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자식들도 불편하게 해주는 일이기에 은퇴하고 가장 신경 쓰는 일이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므로 가급적 꾸준한 운동과 바른 식사, 그리고 영양제도 챙겨 먹으며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마음 건강도 건강이다. 여기에선 소통이 중요한데, 종교나 친구, 취미 모임 등 노년기의 외로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만남을 자주 갖는 것이 좋다. 떨어져 사는 자식들과도 주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노인 우울증도 심각하게 나타나기에, 미리 몸 건강만큼 마음 건강을 챙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픈 노인들에게 돈도 좋겠지만 국가가 복지를 제공해주면 어떨까. 스웨덴처럼 개인이 지불하는 연간 치료비에 상한을 정한다든가, 집근처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거나 하는 식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