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춤을 추며 내려 앉는 듯한, 무주안성 낙화놀이
무주안성 낙화놀이 전수관
발길이 처음 머문 곳은 무주 덕유산 리조트 스키장이 아닌 무주군 안성면 두문마을에 있는 '무주 안성 낙화놀이 전수관'이다. 전수관 지킴이 조재복(53) 사무국장이 우리 일행을 반겼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설명을 이어 나갔다.
"뽕나무를 태워 숯가루를 만든 다음 그것을 소금, 말린 쑥과 함께 한지에 말아 낙화봉을 만들고, 그것을 쇠줄 등에 달아 태우는 놀이인데, 밤에 보면 정말 장관입니다."
참나무가 아닌 뽕나무로 숯가루를 만든 이유는, 예전부터 그렇게 해 왔기 때문이다. 뽕나무를 산에서 베다가 태워서 숯을 만드는 게 힘겨워 언젠가 조 사무국장은 시중에 흔한 참나무 숯을 사다가 쓰자고 제안해 봤다. 하지만 옛날에 하던 대로 해야 한다는 어르신들 반대가 있어 지금도 뽕나무로 숯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고 한다.
이 놀이는 조선 후기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 강점기인 1939년 무렵에 중단된 놀이를 2007년에 복원했고 2009년에는 낙화놀이 보존회를 구성했다. 2016년 10월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됐다. 이어 2021년 8월에 전수관을 개관했으니 전통 놀이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전수관에서는 낙화봉을 직접 만들어 줄에 달아 불을 붙여 보는 '낙화 체험'을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한다. 전수관 옆에 있는 저수지에서는 낙화놀이 시연 행사가 1년에 한 차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1박 2일 동안 낙화놀이 시연은 두 번 이루어진다. 지난해(2023년) 8월 행사에 3000여 명 정도가 몰려 조용하던 마을이 인파로 북적였다는 게 조 사무국장 설명이다.
두문마을이 아닌 곳에서도 낙화놀이가 진행된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나가서 시연을 하는 것.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상계동 정월 대보름 민속축제에서, 그 이전 해에는 tvN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촬영을 위해 '출장 시연'을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BTS RM 솔로 앨범 뮤직비디오를 위해 낙화놀이를 시연했다. 지난 2007년 낙화놀이를 복원한 이래 지금까지 20여 차례 정도 이런 식의 '출장 시연'이 이루어졌다.
의미 있는 것은 이 놀이가 마을 공동체를 단단하게 하고, 더불어 마을 경제에도 보탬을 준다는 사실이다. 낙화놀이 준비부터 시연까지 모든 과정에 70~80대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용돈벌이는 된다는 게 조 사무국장 귀띔이다.
또한 공동체와 관련해 이영배 전북대학교 교수 등은 '두문의 전통과 낙화놀이'(2015년)라는 조사·연구 자료집에서 "원주민과 귀농인들이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 일을 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귀속하게 한다"며 "주민들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통합하는 공동체적 의의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놀이의 유래와 관련해서는 "서당 학동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마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강(講)'이 열린 날 함께 진행한 서당풍속의 한가지였다"라고 설명했다.
눈꽃에 취하게 되는 덕유산 최고봉 향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