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점등한 가거도 백년 등대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멀리 보이는 섬들이 국흘도.
신안군
가거도 백년 등대에서 잘 바라다 보이는 국흘도 소국흘도 개린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섬이다. 희귀한 여름철새들이 이동하는 길목에 있는 휴식처이자 번식지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국흘도는 바다제비 5만여 쌍이 번식하는 세계 최대의 번식지다. 높이 128m 정상부를 중심으로 까마귀쪽나무 예덕나무 군락이 거센 바람에 밀려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해안은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경사가 가파르다. 바닷새는 사람이 살지 않고 포식동물의 접근이 어려운 무인도에서 번식을 한다.
국흘도에서는 바다제비 외에도 뿔쇠오리, 슴새 등 희귀한 바다철새들이 치어류를 잡아먹고 산다. 뿔쇠오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개체 수는 1만 마리 이하로 추정된다. 슴새와 바다제비는 특이하게 바위틈이나 밀사초 사이에 굴을 파서 둥지로 이용한다. 후세로 종(種)을 이어가기 위한 힘겨운 삶의 모습이다.
초대형 태풍에 맞서는 슈퍼 방파제
가거도 방파제는 1979년부터 2022년까지 40여 년간 공사를 벌여 완공했다. 2011년 8월 초강력 태풍 무이파가 가거도를 때렸을 때는 방파제 480m중 220m가 파손됐고 64t짜리 테트라포드(가지가 네 개 달린 마름쇠 모양 콘크리트 구조물) 2천여 개가 파손되거나 유실됐다.
가거도항과 해룡산 사이에 있는 광장에는 이때 방파제에서 날아온 테트라포드가 2013년(인터넷 블로그에 그해 찍은 사진이 남아 있음)까지 보존돼 있었으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태풍의 위력을 보여주는 실물을 유적으로 남겨두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무이파 태풍이 휩쓸고간 직후에 김황식 국무총리가 박준영 전남지사, 박우량 신안군수와 함께 가거도를 방문해 '살 만한 가거도를 편안한 가거도로 만들기 위하여 다같이 노력합시다'라고 글을 남긴 비석이 광장 한 구석에 서 있다. 초대형 태풍으로 손상을 입은 테트라포드 유적은 '편안한 가거도'라는 이미지와는 배치될 것 같기도 하다.
태풍은 육지에 상륙하면 서서히 힘을 잃지만 바다 한가운데서는 갈수록 힘이 붙는다. 방파제를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자연의 강력한 힘을 제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슈퍼 방파제가 드디어 완공됐지만 큰 태풍이 지나고 나면 보강공사가 벌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