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간이지만 아이들은 진짜 클럽 못지 않은 흥으로 채운다.
권유정
연말의 신촌은 대학생들로 북적거린다. 금요일 저녁 파티룸을 예약하기가 쉽지 않지만 몇 년째 연을 이어온 이스케이프룸에서 12월의 하루를 빌릴 수 있었다.
이날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서울 신촌으로 내달렸다. 서울의 교통체증을 뚫고 경기 청평에서 신촌까지 가는 데에만 두 시간이 걸렸다. 늦은 밤 신촌에서 다시 집까지 돌아갈 생각을 하면 벌써 까마득하지만, 도착하기가 무섭게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는 제자들을 보면 그런 걱정은 흐려진다.
하루 연차를 내거나 퇴근을 하고 곧바로 온 취업생들은 학교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르게 번듯한 사회인의 분위기를 풍긴다. 배경이 달라서 그런 걸까, 익숙한 얼굴인데도 어둑어둑한 신촌 한복판에 깔끔한 차림새로 삼삼오오 모여 있는 게 영락없는 '직장인 포스'다. 어쩌면 힘든 직장생활을 잘 견뎌내 주는 것에 대해 교사인 내 눈에 대견함의 콩깍지가 씌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이날, 저녁식사를 위해 모이는 대로 소그룹을 지어 식당으로 보냈다. 퇴근시각이 달라 아이들도 제각각 모여들었고, 70여 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하기에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하나둘 파티룸으로 입장했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미니바와 화려한 조명, 디제잉만으로 아이들은 벌써 흥이 차오르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가무를 참 좋아한다.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어찌나 좋아하는지, MT나 축제 등 교내 행사에서 장기자랑을 하려면 예선전을 거쳐야 한다. 출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모두 본선에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장기자랑을 매우 싫어하던 나로서는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감성이다. 나는 클럽도 싫어한다. 시끄럽고 사람 북적이는 건 딱 질색이다. 나이 20대 때도 간 적 없는 클럽을 30대 중반을 넘어서 매년 가고 있는 건 모두 이 흥많은 제자들 덕분이다. 아이들 덕분에 새롭게 채워지는 시간들이 인생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