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일출
최승우
2023년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일 년을 마감하는 여러 행사가 줄을 잇는다. 구세군은 자선냄비와 사랑의 온도탑을 환하게 밝혀 지역사회와 소외계층,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찾아 나눔을 실천한다. TV에서는 다양한 행사로 연말을 축제 분위기로 이끈다. 사람들은 각자의 인연 따라 송년회를 갖는 등 한 해가 지나는 마지막은 대부분 왁자지껄하고 흥겹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있다.
지난 일 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많은 사람들이 소망과 기대를 안고 비상하는 새해 태양을 보러 달려간다. 새로운 한 해의 첫날 동해와 유명한 산은 해맞이 인파로 가득할 것이다. 건강, 승진, 합격, 결혼 등 개인의 수많은 소망과 바람이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에 기대어 함께 피어난다. 새해 첫 일출은 많은 사람의 욕망이 투영되는 불덩어리이고 소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지리산에서 만났던 태양
제자들과 일 년에 한 번씩 지리산 산행을 했다. 2박 3일 혹은 3박 4일의 지리산 산행 일정의 최종 목표는 천왕봉 일출이다. 제자와의 10년이 넘는 지리산 산행 중 해돋이를 본 것은 고작해야 두 번이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천왕봉 일출을 두 번이나 보았으니, 아쉽지만 크게 모자람은 없다.
해뜨기 전의 지리산은 구름에 가려진 거대한 바다와 같았으며 천왕봉은 외로운 작은 섬이었다. 멀리서 서서히 떠오르는 강렬한 태양은 우리를 저절로 눈물짓게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벅찬 감동이었다. 구름을 뚫고 비상하는 아침 해는 우리의 뇌를 때리는 강력한 자극이었고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짜릿한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