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린 12월 22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출발층이 이용객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를 따뜻한 남쪽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14년 전에 제주로 이주했던 기자는 첫 해 겨울에 폭설이 내려 깜짝 놀라기도 했다. 제주는 겨울에도 눈이 오지 않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가 따뜻하다고 얕게 옷을 입고 오는 여행객들도 많다. 그러나 제주는 여느 도시 못지않게 추운 곳이다.
눈만 내리면 제주는 마비된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와 도로 지형 때문이다. 우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는 한라산을 관통한다. 산에 도로를 만들다 보니 경사와 커브가 심하다. 눈이 내리면 사고 위험성이 높아 아예 통제를 한다. 체인이 있다고 운전대를 잡아도 막상 운전을 하면 등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아찔하고 위험한 도로이다.
제주 시내 도로는 의외로 언덕이 많다. 그래서 눈이 내리면 차들이 올라가지 못하거나 미끄러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경사가 심한 도로가 결빙되는 주요 원인은 강풍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온도는 영상 1도이지만 강풍으로 노면이 결빙되는 것이다.
웬만한 눈길은 체인 없이 다닐 수 있다는 대형버스조차 제주에서는 미끄러지기 일쑤이다. 버스가 지체 운행되거나 대체 버스가 늦게 투입되면서 도민들은 추운 날씨에 발만 동동굴러야 했다. 승객이 너무 많아 버스를 타지 못해 회사와 학교에 지각하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공항도 눈보다 강풍이 더 위협적인 존재다. 폭설이 내려도 눈만 멈추면 제설 장비를 동원해 몇 시간이면 활주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강풍이 불면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여행객들은 눈의 양보다 바람의 세기를 보고 결항이나 공항 정상화를 가늠해야 한다. 바람이 언제 잦아들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체 항공편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새로운 항공권도 같이 구입해서 대기를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바람이 세게 불어봤자 얼마나 강하겠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바람, 여자, 돌이 많아 '삼다도'라고 불리는 제주이다. 강풍이 불면 우산은 쓰지 못하고 아예 접어야 한다. 배드민턴을 치면 자동으로 공이 돌아올 정도이다. 돌담이 무너지고 나무와 전봇대, 신호등이 쓰러지는 일은 제주에서는 흔하다. 바람이 불면 우리 몸의 열을 빨리 빼앗아가는 대류유속 현상으로 더 춥게 느껴진다.
제주에는 겨울용 타이어와 체인, 일회용 타이어 스프레이 등 월동장구를 갖춘 차량이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겨울에는 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폭설과 강풍이 부는 날에는 1미터 앞도 보이지 않고 언덕 빙판길에서는 월동장구도 무용지물이다. 겨울철 제주는 강원도 어느 산간 지역 못지않게 위험하다.
겨울철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안전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