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비대칭 인간>.
도서출판 득수
어느 날 문득, 불현듯 찬찬히 얼굴을 살펴보니 좌측과 우측의 대칭이 무너져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궁금증 속에서 고개를 갸웃하며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거리를 걷는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안면 윤곽술에 도통한 의사에게도 대놓고 하소연하기도 힘든 상황. 곤혹스러움이 주위 사방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런 '안면 비대칭'은 어떤 이유로 생긴 것일까? 물음의 출발점이 모호하니, 답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앞의 서술은 이은정의 신작 소설집 <비대칭 인간>의 표제작 내용 중 일부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끌어가고, 마무리 짓는 솜씨가 만만찮다. 이 작가의 또 다른 단편소설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이 궁금해질 정도.
<비대칭 인간>에 실린 다른 단편들도 훈련과 연마가 거듭된 절차탁마(切磋琢磨)의 향기가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허술하지 않은 문장에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을 시적(詩的)인 문체, 거기에 지난 세기와는 전혀 다른 삶과 마주한 21세기 청년들의 환멸까지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역량까지.
이 정도의 '소설 읽는 즐거움'을 준 작가라면 만나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독자로서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소설가 이은정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당신의 삶과 문학이 궁금하다"는 요지의 질문지가 동봉됐다.
아래는 다음날 돌아온 이은정의 답변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소설은 에세이에 비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장르인 듯"
- 이름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2018년부터 소설가로 살고 있는 이은정이다. 반갑다."
- 단편과 장편, 산문집을 포함하면 이번이 여섯 번째 책이다. 이전 작업들과 신작 <비대칭 인간>의 작업은 어떤 게 달랐고, 어떤 게 동일했나.
"책을 낼 때마다 작업 과정은 달랐던 것 같다. 이번 책에는 발표하지 않고 아껴두었던 작품 두 편을 실었다. 나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만들고 싶기도 했고, 지금이 아니면 내지 못할 것 같은 목소리를 하나라도 더 넣고 싶었기에 그랬다. 출간이란 여전히 두려운 것인데, 작업을 진행한 출판사가 내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줘 힘을 낼 수 있었다."
- 산문집을 3권 냈다.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자주 낸 이유가 있는지.
"소설로 등단하기 전 수필로 먼저 등단했다. 그래서 에세이 청탁이 많았다. 신문 연재도 하고 그러다 보니 에세이 원고가 많았다. 연말에 산문집 한 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 그 책을 마지막으로 이젠 소설에만 집중하려 한다."
- 소설을 쓸 때와 그 외 산문을 쓸 때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다를 듯하다.
"아주 다르다. 에세이는 충분한 검열이 필요하다. 쓰는 시간은 소설보다 적게 들지만 검열하는 데 오래 걸린다. 논픽션이다 보니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게 버거울 때가 있다. 소설은 그보다 자유로운 면이 있어 눈치를 보지 보지 않는 것 같다. 소설 쓰는 게 더 재밌는 이유가 그런 거다."
- <비대칭 인간>의 표제작을 잘 읽었다. 현대사회가 외형이건 내면이건 인간의 비대칭을 만들거나, 인식하게 한다면 그걸 만들거나 인식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뭘까.
"내 생각엔 '시선'이 아닐까 싶다. 타인의 시선, 카메라의 시선, 자신의 시선. 그걸 인식하는 순간,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SNS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시선들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사회적 시선을 피할 수는 없지 않은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무시할 수 없고. 문제는 그걸 인식한 후 매몰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 <비대칭 인간>에 실린 작품들 속엔 '난관에 처한,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젊은이'가 자주 등장한다.
"순탄치 않은 청년 시절을 보냈다. 주저앉았던 적이 많았다. 나약하고 어리석었던 면만 떠오른다. 그 시절을 돌아보며 소설에 자주 등장시키는 건지 모르겠다. 현재 청년인 친구들도 삶이 팍팍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에게 '주저앉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신 나처럼 너무 오래 주저앉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 말도 이제야 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