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카페에서 만난 대윤 씨의 모습
이희진
학교와의 소송 그 후, 좁은 방황의 한계를 느끼다
중앙대학교 철학과 13학번 한씨는 아직 졸업 전이다. 장기 휴학으로 제적을 당했다. 동아리 대표만 3년을 하는 등 매사에 최선을 다했지만 대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한 게 대표적이다.
"15년도에 자치기구 재선거에 나갔는데 여러 문제가 있었어요. 회칙에 맞지 않게 이행 됐거든요. 그야말로 우당탕 진행되니까 보이콧의 의미로 피켓시위를 했어요. 그러다 징계를 받았죠."
징계에 불복해 학교를 상대로 '근신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3년간 이어졌지만 결국 패소했다. 학교 측의 징계 처분이 적정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길게 이어진 소송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당시 그는 휴학을 결정했고 18년도까지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학칙상 최대 휴학 기간(3년)을 초과해 제적도 당했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생각했죠. 의지를 상실한 상태였고 저를 믿을 수 없었어요. 그때 힘들어서 병원도 다녔거든요. 오래 휴학해서 제적당할 걸 알았지만 멈춤을 선택했어요."
한씨는 당시를 '좁은 방황'의 시기로 정의한다.
"휴학은 했는데 고민이 들었어요. '서울에서 집을 구할까? 취직할까?' 이런 고민이요. 상태가 안 좋으니까 방황도 막 하는 게 아니라 제한을 두게 되더라고요. 신체적으로 힘들고 돈도, 열정도 없는 상황에서 저도 모르게 조건을 따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냥 좁은 방황을 한 거죠."
함평에서 넓은 방황을 하다
2018년 6월 말, 식용 굼벵이 농사를 하러 함평에 간다는 선배를 만났다. 긴 방황에도 길이 보이지 않던 그에게 친한 지인이 연결해 준 이였다. 한씨에게 귀촌 제안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 건 농활 덕분이다. 대학에서 무려 20번의 농활을 갔던 그에겐 친환경적인 굼벵이 농사도 매력적으로 들렸다.
"농활 한다고 생각하니까 별로 두렵진 않았어요. 조용하고 연대감이 깊은 농촌 문화가 저한테 잘 맞았거든요. 그래서 선배를 만나고 큰 고민 없이 같이 내려가기로 결심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