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물품나눔 행사에 참여한 오세훈 시장. 권리중심 일자리 등 내년도 장애인 복지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가들을 외면한 채 지나치고 있다.
2023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결국, '약자 동행'은 '약자 동원'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은 쪽방 주민을 약자로 규정하고, 약자 복지의 현장으로 쪽방을 찾고 그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나눠주었으나 그럴수록 쪽방 주민들은 더 가장자리로 내몰렸습니다. 쪽방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 했으나 언제나 드러나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최고의 약자 복지는 공공주택사업', '물건 말고 주거권'을 외치는 주민들은 약자성이 오염된 이단아로 취급 당했습니다.
이렇게 약자 동원 정치가 계속되는 사이 동자동 쪽방지역에 임대주택을 짓기로 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한치의 진전도 없습니다. 쪽방과 다르지 않은 좁고, 열악한 거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서울시가 지정한 쪽방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소 기반 복지의 사각에 처해 있습니다.
확대하라 공공임대, 오래살자 공공임대
2022년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이외의 거처' 거주 가구는 57만2279가구로 182만9932명이 집이 아닌 곳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구원 수 기준 전년보다 4만1632명, 2.3%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택 이외의 거처 중에서도 고시원, 숙박업소의 객실, 판잣집 등 취약 거처 거주 가구는 44만3126가구로 2017년 36만9501가구보다 약 20% 증가하였습니다(2022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주거취약계층은 늘어만 가는데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갑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7일,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급하는 매입, 전세임대주택 물량을 전체의 15%에서 30%로 2배 늘리도록 했습니다. 이대로 내년도 매입임대 공급 계획 물량(4만호)에 대입하면 2024년 공급 계획 물량은 1만2000호로 책정돼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 예산안의 주거취약계층 용 매입임대 물량은 2024년 역시 올해 등 평년과 똑같은 2000호에 불과합니다. 제도 따로 예산 계획 따로인 무책임 행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갔다고 고민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매입임대주택 거주기간은 최장 20년으로, 일부 예외 대상이 아닌 이상 그 후에 퇴거당하기 때문입니다. 내년이면 매입임대주택 제도 시행 20년으로 만기 퇴거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년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입주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다가구매입임대주택 거주 가구 중 수급가구는 65.9%, 저축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하는 가구는 81.4%에 달하며, 92.4%의 가구가 이사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계할 공공주택 자원도 없이 퇴거당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는 또다시 고시원, 쪽방, 반지하와 같은 취약 주거일 거처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기존주택 전세임대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하여 최대거주기간을 30년으로 확대하였습니다. 매입임대주택 지침 역시 최소한 이와 깉은 개정을 거쳐 만기 퇴거자 문제에 대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