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녹색전환연구소
공판장은 원래 과거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가 인근에 있어서 경호를 위한 파출소로 쓰이던 건물이었다. 청남대 개방 이후 파출소가 철거됐고, 공판장으로 개장했으나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이 마을에서 에너지 교육 등을 시행하면서 공판장을 눈여겨 보았다가, 주민들을 설득해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 2021년 리모델링을 거쳐 1층에는 무포장 가게가, 2층에는 넷제로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무포장 가게에서는 RE100으로 생산한 신탄진주조의 막걸리와 청주를 팔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협동조합이 직접 디자인한 RE100 라벨링을 별도로 붙여 판매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해유'를 소개하는 양흥모 이사장은 "햇빛발전소, 교육, 연구사업을 하고 있는 탄소중립의 종합상사를 꿈꾸는 협동조합"이라고 했다. 환경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에너지기업인 신성이앤에스가 공동으로 협동조합을 창립한 이곳은 종합상사답게 시공 발전사 운용, 전력 거래, 관련 부가 서비스를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또, 교육 후 미호동 마을에서 채식식사를 하고 마을 투어까지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해유'의 체계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프로그램은 이미 전국에 소문이 났다. 강원도, 제주 등에서 찾아 온 유료 교육 인원만 연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재생에너지로 100% 자립하는 마을을 꿈꾼다
에너지전환해유의 힘은 주민과 지역과의 협업에 있다. 대덕구 미호동은 대청호에 접해 있기 때문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축사나 산업시설이 없고 지형적으로도 대청댐과 대청호에 둘러싸여서 섬과 같기 때문에 에너지자립마을 실험에 최적지다.
100여 가구가 있는 이곳에서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산자부 등에서 주도하는 주민주도형 마을단위 RE50+ 달성을 위한 마이크로그리드 연계 사업인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마을 내 태양광, 태양열, 지열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률 5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곳의 대형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소규모 자가발전을 통해 전력을 사용하도록 하려는 사업이다. 현재, 미호동의 약 100가구 중 70%가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했다. 참여하는 68가구가 하루에 3.5시간씩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고 하면 약 952kWh로 4인 가구 3~4개월 전기사용량에 달한다.
주민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태양광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많았다. 마을에너지 학교, 마을 에너지 레인저 선발, 에너지자립마을 이야기 발간, 마을 에너지위원회 신설 등 다양한 활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미호동은 불가능했다.
에너지 마을 주민학교를 시작할 때는 꼭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이 과정이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요소를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 중요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이 직접 마을에너지 상담사, 에너지투어 가이드, 에너지 검침원, 햇빛발전 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약간의 활동비도 받고 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다른 지역의 시민들에게 70대 주민이 '위너지'(신성ENG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에 나온 자신의 집 에너지 자립률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 '나는 이렇게 에너지를 생산하고 절약하는 사람이오'라고 말하는 곳이다. 주민들은 역시 전기요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태양광 설치를 상당한 혜택으로 여긴다.
한 기업이나 가구가 아니라 마을 단위에서 RE100을 이루는 것은 이루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양흥모 이사장은 "코로나 이후 그동안 전통적으로 전환의 공동체로 얘기되던 곳과 다르게 에너지 자립 마을의 새로운 사례로 미호동을 꼽히고 있다. 주민과 행정, 전문단체, 기업이 어우러져서 참여와 협력의 키워드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에너지 전환의 의미를 알고 실천하는 에너지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같은 정책도 핵심 역량의 유무, 대상지의 특성, 정책 수립의 시기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재생에너지보다 핵발전이 장려되는 시기, 정부나 지자체가 태양광에 무관심한 시기에, 지역에너지를 매개로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이 더욱 빛나는 것 같다. 에너지전환해유의 남은순 사무국장은 요즘 대전시내 술집을 다니면서 신탄진주조의 RE100술을 '영업'한다고 한다.
탄소중립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닥칠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으로 와 있다. 탄소중립은 나중으로 미뤄도 될 일이 아니다.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는 미호동의 행보에 계속 관심을 두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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