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결혼을 바라면 기꺼이 결혼을 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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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딱 그만큼의 의미인 것 같다. 혼자 살아가는 삶을 외롭다고 할 때도, 편안하다고 때도 있는 것처럼 함께 살아가는 것 역시 충만하다고 할 때도, 번잡하다고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삶의 행복이란 몇 명짜리 가정을 이루느냐 같은 것으로 단순화 시킬 수 없다.
결혼과 출산, 가정을 이루는 것이란 그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문제다. '삶의 행복'이 아니라 '생활의 무게'를 가늠하는데 결혼과 출산이라는 척도를 들이밀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확고한 비혼주의자이던 시절보다 지금의 내가 결혼을 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역시 다분히 현실적인 이유다.
십여 년쯤 경제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앞으로 벌어들일 수입이 어느 정도일지 어림잡아서라도 짐작할 수 있게 됐고, 지나온 삶의 궤적을 살펴보니 앞으로 어떤 삶의 가치관으로 살아가게 될지도 어림잡아서는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삶에 큰 변동이 없다면, 난 아마 내 또래 연령이 받는 평균임금 수준을 오갈 것이고(지금도 딱 그 지점을 오가고 있고), 주식-부동산-코인 같은 투자를 '투기'라고 여기는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다(꼭 그렇게 여기지 않아도, 어차피 투자할 돈도 없다).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 서울 변두리 월세에 살아가는 경제관념도, 또 큰 대출은 받지 못하는 경제규모도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는 꽤 만족하는 삶이지만 사회가 안정적이라고 여기는 생애주기의 사이클에는 좀처럼 들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종종 연애는 할 수 있겠지만, 안정적이지 못한 삶의 주기를 이미 예고한 삼십대 후반의 남자는 내가 생각해도 결혼 상대로선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결혼은 생활과 생활이 결합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명절이면 집안 어른들이 하는 장가가란 잔소리에 정작 우리 모친께선 말을 더하지 않는다. 모친께서도 내심 하나뿐인 아들이 장가가고, 예쁜 손주도 낳아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시지만, 당신께서 직접 "차마 장가가란 말을 못하겠다"고 하셨다. '얜 아무래도 글렀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신지, 아니면 '생활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는 삶이 행복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매우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당신들만 모르는 생활의 무게
며칠 전엔 어느 국회의원이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나 혼자 산다>와 불륜과 사생아가 나오는 드라마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봤다. 그보다 얼마 전에는 다른 국회의원이 <나 혼자 산다>가 저출산을 유발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나 혼자 산다>때문에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으로 인식된다"는 주장이다.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가 정규편성되기도 전에 (무려 추석특집 파일럿 편성일 때) 본 기억이 난다. 애초의 기획은 기러기 아빠나 20~30대 남성이 자취방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청소를 잘 하지 않고,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본래는 하얀색이던 베갯잇이 누래져 있다. 바깥에서는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연예인들이 혼자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에선 이토록이나 지질한 모습이라는 것이 프로그램의 웃음 포인트였다. (기획의도는 거창했다. "늘어난 1인가구의 삶의 모습을 살펴보며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다"는 것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