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 확인하는 학생들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능성적표를 받은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권우성
킬러문항이 사라졌다는 말을 믿고 내심 쉬운 수능을 기대했던 학생들은, 수능을 치르고 난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학교에 왔을 때 이미 실망의 눈빛을 숨기지 못했었다.
사실, '불수능․물수능' 논란은 언론에서나 떠들어댈 뿐, 수험생들에게는 그다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쉬우면 쉬운 대로 상대평가 등급이 매겨지므로, 개인별 유불리는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학력에 따른 서열화는 변할 게 없기 때문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이 누구나 '각자도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수능 성적이 이렇게 나온 것도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고, 대학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내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라는 현실 인식이 아이들 뼛속 깊이 내면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23년 겨울 대한민국 학교의 슬픈 자화상이다.